요즘 세상에 이 정도했다고 징계되나요?
근로계약이 체결되고 입사하여 업무를 하다보면 여러가지 사유로 징계를 당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의도적으로 잘못한 경우도 있고 모르는 사이에 발생한 애석한 사안들도 많지만, 어떤 경우는 본인들이 의지를 가지고 하게되면서 회사는 이들을 징계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겸업” 관련 사내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근로계약이 체결되면 근로자는 회사에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발생하며 근로제공의무 외에 꼭 해야 하는 의무와 함께 하지 말아야 할 의무도 동시에 발생하여 주의가 요망된다. 기본적으로 근로자는 근로제공 의무가 있고, 회사는 근로자에게 임금 지급 의무가 있다. 근로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그 회사에만 근로를 제공해야 하고 회사가 정하고 지휘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 때 근로의 양과 질은 근로자의 작업능력에 따라 품질을 유지하면서 근로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 의무 외에 충실의무와 같은 부수적인 의무도 있다. 근로자는 회사의 재산이나 기타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부수의무를 부담한다. 비밀유지의무나 경업금지 의무, 겸업금지 의무 등이 그러하다. 또는 명령이행의무, 직무전념의무, 질서유지의무, 품위유지의무 등이 그러하다. 일반적으로 회사들은 취업규칙이나 징계규정에 이러한 부수의무들의 위반에 대한 사항들을 가지고 있다. 위반되면 징계까지 연결될 수도 있다. 최근에 이러한 의무들 중 논란이 많은 주제가 “겸업금지 의무”가 아닌가 한다.
일반적으로 회사들은 이러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회사의 허가 없이 자기가 사업을 영위하거나 타인의 업무에 종사하는 것. 단, 회사의 정상근무에 지장이 없는 한 법과 취업규칙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회사생활 중 지득한 지식, 경험과 관계없는 업무를 취업시간 외에 실시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이 규정 한조문에 참 많은 사항이 담겨 있다.
회사의 허가…회사의 허가는 공식적인 품의서인가? 상사의 허락인가?
자기의 사업은 어디까지인가?…부모님이 하는 사업을 도와드리기 위해서 명의만 대여한 경우는? 타인의 업무에 종사하는 것 … 업무가 끝나고 퇴근 후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새벽 1시까지 일하면?
회사의 정상근무에 지장이 없는 한 … 업무를 수행하다가 잠자는 정도의 피곤함인가, 아니면 잠시 다른 업무를 생각만 해도 지장을 주는 것인가?
회사 생활 중 지득한 지식과 경험 … 원래 본인 전문분야에 대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인데 회사 입사전 전문성과 입사 후 전문성을 어디까지 경계지어야 하는 것인가?
취업시간 외에 실시하는 경우 … 위에서 말한 다른 요건들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주말 이틀간 어떤 업무를 해도 월요일 근무 시작전까지만 회복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가?
회사의 규정이 있지만 회사의 규정 자체가 모호성과 해석의 소지가 너무 많다. 이런 규정은 사실상 없으니만 못한 측면도 있다. 회사가 겸업을 허용하지 않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으면, 회사의 허가 요건만 있으면 될 것이고, 회사가 겸업을 허용하려는 가능성을 높이려면 차라리 규정이 없다가 문제되는 사항에 대해서만 포괄적인 사규 위반으로 ( 예를 들면, 근무 불이행 등 ) 징계를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요즘은 유투버 전성 시대이다. 반드시 수입이 목적은 아니더라도 본인의 채널을 한개 정도 운영하면서 본인 홍보를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물론, 이렇게 하다가 수입이 실제로 발생하거나 의도치 않게 수십만 유투버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었을 때 겸업으로 볼 지에 대한 문제이다. 겸업의 용어 그대로 단순한 유투버 활동인지 “업”으로 영위할 수준인지에 대한 구분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수입의 유무와 규모가 1순위 판단요건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 위의 겸업 관련 판단사항에서 볼 때 업무에 지장 여부가 중요할 것이고 (채널 운영을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을 쏟다 보니 기존에 정상적으로 수행하던 업무의 양과 질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 물론, 일을 잘하고 업무량이 원래 많았고 오버타임을 주로 했는데 유투버 진행 후부터 오버타임을 하지 못해서 기존의 업무의 양과 질이 나오지 않는다면? 업무의 정상적인 수행이라면, 기존에 진행하던 양과 질의 유지를 전제로 해야 하지 않을까? 유투버한다고 오늘부터 저는 정상근로만 하겠다고 하면? 어찌보면 이런 상황이 회사에는 매우 난처한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나머지 요건들을 순차적으로 판단해 봐야 할 것이다.
물론, 한계도 있다. 헌법에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에 대한 법규가 있다. 따라서, 영리활동, 비영리활동을 불문하고 근무시간 외 겸업도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 헌법상 정신에는 맞는다. 다만, 근무에 지장을 주는 경우나 회사의 기밀누설에 관련된 경우 등에는 당연히 제한을 둘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겸업 자체보다는 겸업에 동반된 근무불성실이나 기밀유출 등이 직접적 징계사유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만약 겸업이 해고까지 해야 하는 중대한 경우라면, 겸업을 통해 근로자가 회사에 대한 성실의무나 충실의무에 얼마나 반하였고 이를 통해 사회통념상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이를 적용하여 해고까지 가야 하는 것이다. 일반 징계의 경우에도 사생활의 자유 측면에서 보면 기업 질서나 노무 제공에 지장이 없다면 겸업이라고 무조건 징계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사회의 변화를 고려하면 “N잡러”들이 증가하는 요즘에 과거처럼 “겸업 불허”라는 일관된 기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회사가 다른 회사 근무자까지 고려하면서 회사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면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극단적인 예로 과로사 사고가 나면, 1직장-2직장-3직장 어느 회사가 산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가? 산재보험은 무과실 책임이지만, 민사상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면 사고가 난 회사만 책임을 져야 하는가? 사회 변화에 맞추어 근로자의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회사의 고충과 어쩔 수 없는 조치에 대해서도 서로 인정할 수 있는 성숙도가 요구되는 상황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