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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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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Aug 02. 2024

66화 - 덕후끼리 상부상조하다

오늘은 가족과 휴가 중이지만, 차 안에서 일기를 적고 있다.


오늘의 일기는 시험 기간에 쉬는 동안 있었던 일이다.


뮤지컬 배우의 덕후가 되어버린 언니가 이번에는 배우님의 생일이라고 도시락 서포트에 들어갈 스티커를 또 한 번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시험 기간의 끄트머리와 겹쳐버렸지만, 양해를 구하고 늦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언니는 "지난 번처럼 심플하게 만들어 줘."라고 말했고, 나는 시험을 모두 끝낸 뒤에 만들기 시작했다.


언니가 제작사에서 받아온 배우님의 사진으로 한껏 꾸미고 어울리게 만들기 위해 두껍고, 얇은 필체의 폰트부터 하나씩 배치해서 비교했다. 어떻게 만들고, 어떤 색상을 써야 사진과 잘 어울리는지 그런 걸 판단하며 언니와 의견을 조율해나갔다.


시안 1, 시안 2


그렇게 한 결과 위와 같은 두 가지의 시안이 나왔고, 왼쪽의 시안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두환 배우님과 함께 공연하는 배우님들의 성함을 모두 적고, 스태프 분들은 '스태프'라는 통칭으로 통일했다.


이번에는 재치 있는 문구 대신 간결하게 '두환 배우님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로 적었다. 언니가 자기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싶어 해서 티나지 않게 적으려고 노력했다.


언니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서 만든 서포트 스티커는 원형과 정사각형 두 가지의 형태로 완성됐다.


원형 스티커와 정사각형 스티커


이렇게 노력했는데, 서포트가 들어간 당일 오후, 언니의 배우님에게서 인스타 디엠이 왔다고 언니가 연락했다.


"이거 ㅇㅇ님이 도시락 서포트 보내주신 거죠?"


나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언니, 아무리 숨긴다고 해도 배우님이라면 100% 언니가 보낸 거 알아볼 걸?"이라고 매우 자신하며 말했었다. 언니는 "그럴 리 없어. 서포트 보내는 팬이 나 뿐인 것도 아니고."라며 부정했는데, 역시나 내 예상은 정확했다.


언니는 놀라서 "어떻게 알아보신 거지? 나 뭐라고 답장을 보내야 되지?"하며 허둥지둥했다. 나는 그 말에 웃으면서 말했다. "어떻게 알아보셨냐고 물어봐봐." 그랬더니 언니가 바로 답장을 보냈다.


"닉네임에 P가 들어간 거 보고 ㅇㅇ님인가? 싶어서 물어본 거였는데, 맞네요. 감사합니다! 도시락 맛있게 잘 먹었어요." 라는 배우님의 답장에 뛸 듯이 기뻐한 언니였다. "도시락 맛있게 잘 먹었대ㅠㅠ 우리 배우님 천재인가?" 하고 주접을 떠는 언니의 모습에 빵 터지고 말았다.


덕후의 상부상조는 성공이었고, 덕후 언니를 더 행복하게 해줬으며, 나는 뿌듯하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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