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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Feb 19. 2024

사직서에 사인을 했다


금요일이었다. 업무 카톡에 '최다함 선생님 잠깐 올라오셔요.'라는 센터장님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나쁜소식이었다. 회사 경영사정 악화로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작가가 되기까지 기한 정함 없이 지금 회사에 있고 싶다는 글을 브런치에 쓴 바로 다음날이었다.


나는 정규직이 아닌 3개월 국민취업제도 일경험으로 노치원에 입사했다. 사업주와 계약관계가 그렇게 되어 있었던 것이지, 다른 직원들은 자세한 계약에 대해서는 모를 것이다. 계약은 3개월 일경험 인턴이었지만, 하는 일은 일반 사회복지사였다. 3개월 일경험 후 계약 연장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회사 경영사정 악화로 사회복지사를 하나 줄이기로 했다고. 평소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나의 몫이었는데, 이번 딱 한 번은 센터장님의 몫이었다. 열심히 일하셨는데 계속 같이 가지 못해 죄송하다고. 나는 "감사합니다."로 대답했다. 가식적인 대답은 아니었지만, 진심도 아니었다. 단지 의례적인 예의였다.


토요일 1박 2일로 동생 가족과 부모님과 가족여행을 갔다. 여행 가는 마음이 무거워질까 봐 금요일 저녁 아내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토요일 저녁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식사 전 리조트 룸에서 잠깐 쉴 때 부모님과 대화 중 자연스럽게 털어놓았다.


오늘 월요일 사직서에 사인을 했다. 내가 그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사직서는 써야 할 텐데 사유를 뭐라고 써야 할까 고민했는데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사유는 계약만료로 적혀 있었고, 나는 싸인만 하면 되었다. 이번달까지 계약인데 28일은 휴무일이고 29일은 연차다. 다음 주 화요일이 실질적인 마지막날이다.


회사를 비자발적으로 떠나게 되었으니, 일 대충 하지 뭐 그런 생각은 아닌데, 그렇다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그런 생각도 아니다. 계약만료 통보를 받고 사직서에 사인을 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은 해야 하지만 더 이상 열정은 없다. 에너지가 퇴사 후 다음을 생각하는 데로 전환되다 보니 당연한 일이다.


1인출판사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 내 글을 엮어 책을 내 파는 출판사를 생각한다. 내 책만 내야지 하는 것은 아니고. 책은 안 팔리고, 책 읽는 사람은 줄어들었지만, 책 내고 싶은 사람은 많다. 1쇄에 1000권 2000권 찍는 보통의 출판은 아니고, 1권부터 소비자의 소매 주문량만큼 찍는 일반적인 POD도 아니고, 200권부터 서점의 도매 주문량만큼 찍는 독립출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준비된 역량이 증명된 저자도 아니고, 아주 아마추어도 아니고, 가능성은 있지만 검증되지 않고 본인의 의지가 있는 저자를 발굴하는. 내가 찍자고 저자를 꼬시면 내가 돈을 내고, 저자가 찾아와 찍자고 나를 꼬시면 저자가 돈을 내는.


그게 아니면 다른 직장에 취업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창업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무자본은 아니고 소자본 창업으로. High Risk High Return 전략은 아니고, Low Risk High Return 전략이다.


『︎작가를 꿈꾸는 사회복지사』︎매거진은 여기서 종결짓고 브런치북으로 발행하기로. 이번달까지는 회사 소속이고, 다음 주 화요일까지는 근무하지만, 내 마음은 이제 다음 준비를 위해 비워야 하니.


작가를 꿈꾸는 사회복지사는 작가가 아니라 사회복지사다. 이제 전직 사회복지사였던 작가의 시간이다.


평범해지기보다 전설을 써야 할 시간이다. 전설이라 함은 예를 들어 100만 원 가지고 1인출판사 차려 1권의 책을 내 100만 권 파는 밀리언셀러 작가가 되는 것. 평범함으로 생존할 수 없으니,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그 일로 생존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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