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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Feb 15. 2024

기간 정함이 없이 여기에 있고 싶다

글 써서 먹고사는 베스트셀러 에세이 작가가 되기까지

나는 3개월 차 노치원 사회복지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국민취업제도 일경험 참여 중이다. 3개월 인턴이다. 아직은 미생이다. 3월에 지금 다니는 노치원에 계속 나가고 있으면 정규직이 된 것이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 정규직과 같은 말인데, 정규직보다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란 용어가 더 와닿는다. 기간의 정함이 없다는 것은, 회사가 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거나, 내가 다른 길을 찾았을 때, 계약은 해지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내가 다니는 노치원에 새 어르신이 오셨다. 하시는 말마다 살기 싫다 부정적이시며 신다. 치매초기 증상으로 우울증도 있다고. 우울증이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거나 삶의 질을 떨어트리거나 보통의 기분과 달리 이상한 상태가 되면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전문의 처방에 따른 약을 복용하면 상당히 좋아진다. 지금도 정신과 약을 타 드시는지 여부는 모른다. 다만,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고, 고혈압이 오면 혈압약을 먹지만, 지금은 그래도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여전히 정신이나 기분이 이상할 때 정신과를 찾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다.


정신과 약은 복용하는 환자를 정신병자로 낙인찍는 주홍글씨가 아니다. 하루 몇 알의 약으로 정신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케바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데, 노치원에 오시는 어르신 상당수는 처음부터 잘 적응하시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어쩔 수 없으니 의무감으로 앉아 계시는 분도 있고, 보호자의 강권에 의해 왔는데 안 오시겠다고 거부하시는 분도 있다. 본인이 완강하게 거부하시면 보호자의 뜻도 어쩔 수 없지만, 처음엔 힘드신 날은 일찍 가시고 괜찮으신 날은 더 있다 보시면, 시간이 지나면 대개는 어떤 식으로든 적응하신다. 노치원을 재미있어하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어르신도 계시고, 팔짱 끼고 계시다 가시는 어르신도 계시지만. 어떤 식으로든 대개는 적응하신다.


노치원이 어르신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어르신의 보호자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현대사회에서 보호자가 낮에 어르신을 케어할 수도 없고. 어르신 혼자 집에 계시기도 어렵고.


차로 모셔 오고 모셔다 드린다. 하루 두 번 간식 드시고, 오전 오후 체조하고 그림 그리시고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고, 점심 저녁 드신다. 오후 4시에 일찍 저녁을 드시고 집으로 모셔다 드린다.


나는 기간 정함이 없이 여기에 있고 싶다. 그 의미가 여기서 정년퇴직 하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가능한 한 빨리 여기를 떠나고 싶다. 나는 베스트셀러 에세이 작가가 되기로 했다. 글 써서 먹고살 수 있는 그날이 오면 여기를 떠날 것이다. 글 써서 먹고 산다는 의미는 인세 수입만으로 산다는 것은 아니다. 글 쓰고, 유튜브 하고, 강연 다니고, 작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열심히 하며 사는 것이다. 그때가지는 기간 정함이 없이 여기에 있고 싶다. 일단 3월에도 여기에 남아있게 될지 기다려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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