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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Feb 09. 2024

딱 진성의 《태클을 걸지마》 까지였어야 했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무리였다

내가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노치원은 일요일을 제외한 토요일 공휴일 모두 문을 연다. 이번 설 명절 금요일 토요일 월요일 모두 오픈하는 것이 원래 일정이었다. 오늘은 평소의 절반 정도 어르신들께서 나오셨다. 내일은 나오시는 어르신이 없어서 결국 쉬기로 했다. 물론 나는 토요일만 쉬고 금요일 월요일 출근이라 변화는 없다.


어르신들이 나오시고 안 나오시는 것은 어르신이 아니라 보호자에게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만 어르신 본인이 '안 나가' 하시면 보호자도 방법이 없다. 토요일 명절 당일에 나오시기로 한 소수의 어르신들이 계셔서 출근 가능한 소수의 직원이 모시려 했다. 당장 명절이 되니 보호자의 생각도 바뀌고, 어르신 본인이 명절 당일까지 나오시기를 거부하시고, 센터 문을 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출석 어르신이 확보가 안 되었다. 그렇게 되어 결과적으로 설 당일은 쉬게 되었다.


나는 출근을 하고, 아내는 알바를 가고, 요한이를 봐주시기로 한 부모님께서는 코로나에 걸리셔서, 동생 부부가 애들 데리고 와서 요한이를 봐주었다.


오후 프로그램으로 설 명절 이벤트를 했다.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한복 입고 나와 어르신들 마스크에 페이스 페인팅을 해 드렸다. 그리고 노래방 기계 반주에 맞추어 직원들과 어르신들이 노래를 불렀다.



나도 노래를 하라고 해서 진성의 태클을 걸지마를 불렀다. 딱 거기까지만 했어야 했는데. 노래 부르는 시간도 길어지고 나도 한 곡 더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었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결국 불렀는데. 과잉이었다. 내가 가왕 조용필도 아니고. 친구랑 노래방 가서 노래 부르는 게 아니었다. 어르신들께 불러드리는 것이었다. 옛 노래라고 어르신들께서 다 흥겹게 들으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뭐 그래도 언젠가 한 번 불러보고 싶던 노래를 불러보았다는데 의미는 있다. 다음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부르지 말아야지.


나는 에세이 작가를 꿈꾸는 사회복지사다. 작가로서 올해 목표는 브런치에 1일 1글이다. 브런치에 1일 1글은 이제 괘도에 올라왔다. 필자가 쓰면서 필 받는 글이 아닌 독자가 읽으며 즐거운 글을 써야 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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