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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an 30. 2024

나는 노치원 사회복지사다


나는 노치원 사회복지사다. 정규직은 아니고 3개월 국민취업제도 일경험 인턴이다. 일경험이 끝난 후 계약서를 다시 쓰고 계속 일할수도 있고 그 이후에 일정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은 없는데. 아마도 계속 일하지 않을까 싶다.


어르신을 모셔오는 차량운행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운행 시간에 맞추어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다. 아침 운행조인 나는 7시 50분에 운행이 시작하여 7:50 to 16:50 근무한다. 처음엔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났고 지금은 대범하게 6시 50분에 일어나지만, 직장이 집에서 거리가 있는 직장인은 9시에 출근해도 그 시간에는 일어날 것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산다.


어떤 날은 네 분을 모시고, 어떤 날은 두 분을 모신다. 네 분이 같은 코스인데, 두 분은 매일 나오시고, 두 분은 주 3일 나오신다. 오늘은 매일 나오시는 두 분을 모셨다. 한 분은 집에서 존중과 사랑을 받으시는 어르신이고, 한 분은 집에서 존중과 사랑을 받지 못하시는 어르신이다. 운전기사가 되어 차량운행만 해도 그런 게 보인다. 법적 개입이 필요한 정도의 노인학대도 아니고. 그 집도 그 집 사정이 있겠지. 좋은 며느리를 두지 못하셨구나는 내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데, 좋은 시어머니는 아니셨구나는 짐작만 할 뿐 확인이 불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노치원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그런 쓸쓸한 노년의 일상이 보인다는 것이지 신입 사회복지사로 거기에서 내 할 일은 운행 중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 외에는 없다.




센터장님께서 남자 요양보호사 선생님과 나를 부르셨다. 남자 요보 선생님은 두 분인데 한 분은 오늘 휴무일이었다. 3층에 있는 바디프랜드를 2층으로 옮기자고. 바디프랜드는 장정 3명이 붙어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분해해서 이동하여 조립해야 한다. 센터장님도 전에 해보신 경험은 없으시고 유튜브로 보셨다고. 분해하기 전에는 꿈쩍도 안 했으나, 팔다리 분해하고 바닥에 이불 집어넣어 어렵지 않게 옮겼다.


내 동생은 실용음악연습실 사업을 오래 해왔는데, 피아노 조율도 배워서 자기가 하고, 피아노도 자기가 직접 옮긴다. 물론, 내가 동생 밑에서 일할 때는 피아노 옮길 때 조수를 내가 했다. 그게 다 돈이라서 가능한 모든 일을 자기 손으로 다하는 사장이 많다. 사장의 마인드와 직원의 마인드가 다르다.


하던 일 대신 바디프랜드를 옮긴다고 퇴근시간이 늦어지는 것도 아니다. 장정 셋이 분해해서 밑에 이불 깔고 끌어 이동하는 것이기에 원래 일보다 힘들 것도 없다. 그 시간에는 원래 하던 일을 안 하니. 원래 그 시간에 하는 일이라는 것도, 어르신들과 체조하고, 색칠하고 가위로 잘라 풀칠하기이다. 사회복지사로서 컴퓨터 시스템에 데이터를 넣는 사무 일과 문서 작업도 있다. 원래 하던 일 대신 다른 일을 하는 것뿐이다.


바디프랜드를 아마추어 셋이 유튜브 보고 분해하고 옮겨서 조립했다. 옥에 티는 볼트를 쪼였는데 부러졌다. 그 의미는 꽉 조여지기는 했는데 다음 이동 때는 한쪽 팔은 붙인 채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 안 부르고도 유튜브 보면서 직접 해서 돈을 많이 아낄 수 있는데, 볼트가 부러져 더 이상 드라이버로 한쪽 팔을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추어가 하는 일이 대개 그렇다.


한때 열심히 일하면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다. 다른 동료나 오너가 보기에도 일도 잘하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한다고 인정이 되면 업무의 종류가 조정되고 듣기 좋지 않은 소리를 안 듣게 되기도 한다.


일에도 적절한 할리우드 액션이 필요하다. 열심히 하고 잘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신입의 어설픈 할리우드 액션은 내가 해야 하는 일과 가만히 있으니 머쓱하니 손을 거드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스텝이 엉키는 것이다.


연기도 자연스러운 연기가 시청자에게 공감을 얻듯이 자연스러운 할리우드 액션이 업무에도 필요하다. 다른 사람은 그게 할리우드 액션인지 모르게 진정성 있고 일로서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십계명에 숨겨진 십일계명이 있다고. 들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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