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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Aug 10. 2021

오빠가 돈 벌어서 좋다

오늘 출근하는 길에 아내를 꼭 안아 주었다. 결혼 전에는 결혼하면 매일 뽀뽀하고 포옹하고 살 줄 알았는데, 살다 보면 하루에도 수차례 하는 날도 있고, 한동안 그런 것 잊어버리고 살 때도 있다. 사랑과 로맨스의 유통기한이 지나서가 아니라, 살면서 아기도 생기고, 리얼 라이프를 살다 보면, 그 전보다 더욱더 사랑하지만, 그 표현을 잊고 살 때가 있다.


집을 나섰고 아내를 꼭 안아주었고, 아내도 나에게 안겼다. 그러며 아내가 한 마디 하며 씩 웃는다.


"오빠가 돈 벌어서 좋다."


21살 때 시작된 조울증이 재발하였고 경력이 단절되어, 4대 보험을 받고 풀타임으로 월급 받으며 다니는 제대로 된 직장에 재취업하지 못했다.


아내는 나의 그런 모든 것을 알고도 나와 사귀고 사랑하고 결혼해 주기로 했다. 아내는 내가 아프고 아무것도 없어도, 자신이 날 사랑해주면 하나님께서 날 치유하실 것이라 믿었다.


물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네팔에서 살 때는 대한민국에서는 돈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몰랐다. 부모님께서 내가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까지 도와주셨지만, 수입 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내는 몰랐다.


"돈 벌어 오는 게 뭐가 좋아?"

"뭐긴 뭐야. 다 좋지."


아내의 네팔 부모님께 월 20만 원씩 우리 어머니께 타서 보내 드렸는데, 이제는 내가 번 돈으로 보내 드린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께도 월 20만 원씩 보내 드린다. 물론 부모님께서는 시골집에 내려가셔서 왕대추농장을 하시며 노후를 보내시고, 우리가 부모님 아파트에서 무상으로 산다. 아직 월세와 관리비 드릴 형편은 안 되고, 우리 형편에 할 수 있는 가장 큰 용돈으로 성의를 표시한다. 지금도 사실 우리가 보내 드리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주신다. 그렇지만 많지 않은 월급에도 그 정도 용돈을 드리는 데에 부모님은 감동하신다. 부모님의 감동은 실제로 더 많은 물질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내가 번 돈으로 쿠팡이츠로 처음으로 배달음식도 시켜 먹어보고, 만삭인 아내를 위해 내가 번 돈으로 설빙에서 망고빙수도 포장해서 사와 가져다주었다. 네팔의 가난한 에미마 지인의 어머니가 암에 걸리셨는데, 조금이나마 쓰라고 돈을 보내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아기용품은 얻어 쓰는데, 내가 번 돈으로 아내와 롯데 백화점 아가방 코너에 가서, 아기 옷도 샀다.


돈을 번다는 게 그런 재미가 있다. 아내 산부인과 병원비도 내 돈으로 낸다. 이제는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내 돈으로 다 생활을 한다.


물론 부모님 아파트에서 관리비 월세 안 내고 무상으로 살고, 우리 보험 몇 개도 내주신다.


월급 타면서 내 돈으로 시작한 게 또 하나 있다. 신한은행에 월 10만 원씩 주택청약을 들었다. 나는 부모님 아파트에서 평생 살면 좋겠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들어 놓았다.


돈이 좋기는 하다. 그래서 이제는 나도 돈 버는 맛을 내려놓지 못한다. 그렇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더 적게 일하며,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


그리고 내 위에 누가 없고, 내 아래도 누가 없고, 아내와 아기가 있는 내 집 마루에서, 노트북 켜 놓고 글 쓰고 유튜브 하고, 가끔 온오프라인 강연도 하고, 디지털 유목민 말고 디지털 정착민으로 우리 동네를 중심으로 살고 싶다.


한동안 글쓰기를 놓고, 낮에는 일하고 밤과 주말에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며 놀다가,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다.


브런치에는 언젠가 책이 될 씨앗을 뿌리는 글쓰기를, 네이버블로그에는 애드포스트 광고수입이 나올 글 쓰는 것을, 다시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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