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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y 21. 2021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오빠, 오늘 점심 뭐 먹었어요?"

"어. 뭐 먹었더라. 뭐 먹었지?"



"아. 오늘 국수 먹었어. 국수 곱빼기랑 주먹밥 먹었어. 둘이 합해서 6천 원 밖에 안 하는데. 국수가 엄청 많았어."


나의 즐거움 중 하나는 사진을 찍는 것이다. DSRL은 아니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난 사진을 찍고 사진을 브런치 블로그 인스타그램에 글과 함께 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하여 아직까지 내 평생에 언젠가 DSRL을 살 계획은 없다. 지금도 일상 사진 찍는데 스마트폰 가지고 큰 문제가 없고, 언젠가는 스마트폰 사진 기술이 발전해서 DSRL과 차이가 없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아마추어 사진작가인데 스마트폰 사진작가이다. 아직 많지는 않은데 스스로 스마트폰 사진작가라 부르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전시회를 하는 '스마트폰 사진작가'가 있기는 하다. 많지는 않다. 아직까지 아마추어라도 스스로 사진작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DSRL을 사용한다.


스마트폰 사진작가로서의 내 제1 모델은 내 아내 에미마다. 그리고 제1 대상은 일상의 음식들이다. 사람 살아가는 데 먹는 재미가 제일 큰 재미이다. 음식은 입으로도 먹고 눈으로도 먹는다. 아직은 야매이지만 스스로 스마트폰 포토그래퍼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직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아서 꼭 숟가락 젓가락을 몇 숟가락 뜬 후에야 사진을 찍는다.


"오빠는 늘 맛있는 것만 먹어요. 밖에서도 맛있는 것만 먹고, 집에서도 내가 맛있는 것 해주서 살 먹고, 그래서 임산부 같이 배가 이렇게 나왔어요."


에미마가 늦게 퇴근하고 와서 밥을 먹는 나를 보고 퉁퉁거린다.


"사랑이가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요? 아빠 '밖에서 여자 친구 만나고 와요? 왜 이렇게 늦게 와요?' 이렇게 말해요. 사랑아, 그런 말은 또 어떻게 알았어?"


우리 회사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야근이 없는 좋은 회사이지만, 아내에게는 항상 무슨 일이 생겨서 늦었다고 이야기 하지만 거의 칼 퇴근한다. 다만 바로 곧은 길로 집에 들어 오지는 않는다.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은 돌아 돌아 집으로 들어온다. 혼자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들어온다. 그렇다고 아내가 농으로 질투하는 것처럼 밖에서 여자 친구를 만나고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에미마, 그런 걱정 하지 않아도 돼. 세상에서 그 어느 여자도 오빠 사랑하지 않아. 세상에서 오빠를 사랑하는 여자는 에미마 하나밖에 없어.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셔."


내가 아내에게 항상 하는 말이다. 나중에 정말 예쁘고 착한 여자가 날 사랑해서 날 따라다니면, 내가 아내에 대한 신의를 지킬지는 그때 가야 알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런 아마도 일어나지 않을 일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그때 가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에미마, 세상에서 오빠를 사랑하는 여자는 에미마 하나밖에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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