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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Dec 28. 2021

아, 그렇구나

아내는 고단수


주말에 아내와 밥을 먹다가 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를 게 되었다. 처음부터 할머니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교회 집사님께서 암 걸리신 이야기를 하다가, 암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로 전이되었다.


- 에미마! 우리 할머니도 암으로 돌아가셨어. 70살 조금 넘으셔서 돌아가셨어. 며느리들이 할머니를 좋아했는데, 할아버지께서 할머니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돼서 기차에서 다른 할머니 만나서 여자친구가 생겨서 며느리들이 화가 났어.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께서 사고가 나셔서 다리를 절단하셔서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며느리와 아들 딸들이 각자 직장과 일이 있어서 할아버지 곁에서 충분히 보살펴 드릴 수 없었는데, 할아버지 옆에 여자친구 할머니가 셔서 며느리들 마음이 풀어졌어. 며느리들이 할아버지 여자친구 할머니 어려우시고 아프시고 돌아가셨을 때 돈 많이 드렸어. 시간이 지나서 아들들은 할아버지 여자친구를 '어머니'라고 불렀는데, 며느리들은 끝까지 '권사님'이라 부르더라.


- 응. 저번에 어머니께서 시골집에 '권사님' 물건 남아있다고 그러시더라. 그런데, 오빠는 내가 먼저 하늘나라 가면 어떡할 거야?


- 글쎄. 요한이가 어릴 때면, 나는 회사에 가서 돈 벌어와야 하고, 요한이에게 엄마가 필요할테니까, 나랑 요한이 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면...


- 요한이가 커서 독립할 나이가 되었을 때, 에미마가 먼저 하늘나라 가면, 그 나이에 결혼할 필요 있어? 그때 혹시 날 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면 그냥 여자 친구 정도는 있을 수 있겠지.


- 아, 그렇구나. 오빠는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구나.


- 그게 아니고. 에미마가 먼저 하늘나라 가면 오빠는 어떡할 거냐고 물으니까 하는 말이잖아.


- 요한이 커서 독립한 후에 에미마가 나보다 먼저 하늘나라 가면 그때 결혼할 필요 있겠어? 여자 친구 정도면 돼지. 가끔 심심할 때 집에 와서 같이  수 있겠지.


- 아, 그렇구나. 여자 친구랑 자고 싶구나!


- 그게 아니고. 요한이랑 에미마랑 나랑 셋이서 한 방에서 자는 것처럼. 요한이 독립할 나이 지나고 에미마가 먼저 하늘나라 가면...


- 아, 그렇구나. 여자 친구랑 자고 싶구나.


-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에미마. 남자들은 여자랑 매일 자고 싶어.


-  그런데, 왜 오빠는 딴 방에 가서 자는 거 좋아해?


- 그건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요한이 울어서 나 잠 못 잔다고 에미마가 작은 방 가서 자라고 보내서 그런 거고. 나도 에미마랑 매일 자고 싶은데, 요한이가 사이에 있어서 참고, 에미마도 지금은 요한이 때문에 마음이 없으니 아무 말 안 하는 거지.


- 그러니까 에미마. 남자들은 여자랑 매일 자고 싶어. 그게 본능이야. 하나님께서 그렇게 만드신 거야. 내 탓이 아니야. 그래서 요한이가 태어났고. 그러니까 내가 먼저 하늘나라 가고, 에미마가 그다음에 와. 그러니까 '혼자 네팔 갈 거예요.' 이런 말 하지 말고.


- 나 혼자 네팔 갈 게요. 여자 친구랑  재미있게 놀아요. 나는 오빠 여자 친구 있어도 괜찮아요.


말은 이렇게 해도 여자 친구가 생기고 아내가 알게 되면, 아내는 괜찮지 않을 것이다. 여자의 말은 참 알쏭달송 어렵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여자의 말은 더더욱 모른다.


에미마가 슬프고 외롭고 속상할 때, '나 네팔 가고 싶어요.'라는 것은, 말로도 생각으로도 이혼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생활이 재미가 없을 때, 혼자 고향 네팔로 돌아가서, 결혼 전 에미마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내가 회사생활 재미없을 때, 회사 때려치우고, 동네에 내가 커피 마시며 글 쓰는 북카페 차릴까 하는 생각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생각이다.


"에미마, 이 세상에서 오빠를 사랑하는 여자는 에미마 하나밖에 없어. 다른 여자들은 에미마처럼 오빠 잘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아. 에미마 혼자 네팔 가면 오빠도 같은 비행기 끊어서 요한이 안고 에미마 따라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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