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극소수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는 플랫폼이다

by 최다함

브런치는 블로그와는 결이 다르다. 브런치 작가마다 저마다의 다른 목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겠지만, 처음부터 그런 목적을 가지고 브런치를 시작하였든, 브런치 플랫폼이 예쁘고 탐나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그런 욕망이 생겼든,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면 브런치 작가는 책을 출간하기 위해 글을 쓰게 된다.


블로그나 일기가 아니라, 내 글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는 플랫폼이 브런치다. 물론, 그 독자의 수가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사실, 브런치 작가는 나의 브런치의 하트 공감 수에 그렇게 예민할 필요는 없다. 하트가 5개이든 20개이든 그 정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나의 글의 구독자가 10명이든 30명이든 50명이든 100명이든 그 정도는 사실 아무 차이도 아니다. 글 한 두 개 썼는데 구독자가 1000명이 넘거나, 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가지거나, 방금 쓴 글에 하트가 100개 이상씩 달리면 좀 달라진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이상 아무 의미가 없다.


브런치의 독자는 의미 있게 아주 많은 숫자가 아닌 이상에야, 다수의 독자가 아닌 소수의 독자가 중요하다. 작게는 내 글을 사랑하는 몇몇의 독자가 중요하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나의 팬처럼 나의 글을 계속 읽어주며 공감 하트도 달아주고 댓글도 달아주는 독자들이 있다.


그렇지만, 내가 말하는 소수의 독자는 그런 일반독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 글을 책으로 만들어 줄 소수의 독자를 위해 쓰는 것이다. 내가 지금 쓰는 글을 그 소수의 독자가 지금 읽을 수도 있지만, 일 년 후에 이년 후에 삼 년 후에 언젠가 제 글을 읽고, 책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질의 글을 다듬어 쓰기보다, 짧은 글을 자주 쓰는 게 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읽을만한 가치의 글을 써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를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하나하나의 글이 독자에게 어필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말이 출간되는 책 정도의 완성된 글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문장으로 첫 문장을 시작해야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한 문장 가지고 씨름하라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감동을 주고 어필을 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출간을 하게 되면, 내가 써 놓은 글을 에디터가 살짝 수정해서 출간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출판사와 미팅을 해서, 내가 지금까지 써 놓은 것을 바탕으로 회의를 하고 기획을 해서, 처음부터 다시 쓰기도 한다고 한다.


브런치 작가가 지금 쓰는 글은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독자를 만나고,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책이라는 매체에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출판사와 에디터와 디자이너 등이 중재자 역할을 한다. 책은 엄밀히 말하여 작가와 독자가 직거래로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도매상과 소매상 등 유통 역할이 끼어 있다.


다른 인터넷 플랫폼도 그러하지만, 브런치에서는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난다. 그것은 블로그도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이지만, 브런치는 그 성격이 다르다. 브런치는 브런치 출간 프로젝트나 브런치의 글을 보고 출판사들이 작가에게 연락을 하여 출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뿐이 아니라, 브런치의 매거진과 브런치북 자체가 온라인상에 출판하는 플랫폼이다.


여기에 쓴 글이 책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과 자본을 가진 소수의 마음을 움직이면, 책으로 출간되어 책을 낸 출간 작가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다. 그 소수의 독자가 에디터일 수도 있고, 출판사 대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의 심사위원일 수도 있다.


양질의 글을 쓰기보다, 첫 문장을 무엇으로 시작할까 씨름하기보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게 맞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브런치는 내가 보기 위한 일기장도 아니고, 네이버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과도 다르다. 브런치의 매거진은 정기적이든 비정기적이든 잡지이고, 브런치의 브런치북은 단행본이다.


브런치는 궁극적으로는 수많은 독자를 대상으로 쓰는 것이지만, 일단은 아주 소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쓰는 것이다. 좁은 관점에서는 나의 글을 읽어주는 소수의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넓은 관점에서는 내 글을 책으로 만들어 줄 누군가를 대상으로 쓰는 것이다. 독자의 마음을 후리고, 사로잡을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 말이 시간을 가지고 공들여서 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브런치는 아주 스피디하게 써야 하는 매체이다. 일반 책과 다르다. 양질의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한 문장 한 문장을 공들이기보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을, 빠르고 많이 글로 생산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그게 나를 위한 글이나, 습작을 위한 글이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 내 글을 읽는 독자를 염두에 두고 써야 한다.


브런치는 극소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쓰는 플랫폼이다. 극소수의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은, 다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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