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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재 Mar 02. 2024

몬세라트

가우디 건축에 영감을 준 풍경, 검은 성모상

제11부. 가우디 건축에 영감을 준 풍경, 몬세라트         


  

우리 여정은 어느새 막바지다. 그라나다에서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 바르셀로나에서 귀국 비행기를 타면 모든 일정이 다 끝난다. 이제 남은 시간은 이틀, 달려갈 길은 아직도 버스로 10시간 넘게 남았다.


그라나다에서 5시간 정도 떨어진, 오렌지의 본고장인 발렌시아에서 하룻밤 자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유럽에서는 버스 운전사가 하루에 운전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과도하게 오래 일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해놓은 것이다. 우리 버스도 기사의 휴식 시간을 보장하면서 몬세라트를 향해 천천히 달렸다.   

 


(몬세라트 수도원 입구에서 보이는 여러 형상의 바위산)

                      

바위산과 수도원이 마치 한 몸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몬세라트는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건축하기에 앞서 영감을 받은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몬세라트 바위산은 가우디의 건축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풍경이다.


바르셀로나 인근에 있는 몬세라트를 아래편에서 올려다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여러 형상의 바위가 삐죽삐죽 들어선 절묘한 풍광이다. 그 산 중턱에 수도원 건물이 있다.


‘톱니바퀴 봉우리’란 뜻의 몬세라트에 수도원이 들어선 것은 880년 경이다. 수도사들이 산속 구석구석에 작은 집을 짓고 수양하는 장소로 사용하였다.



몬세라트 수도원은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세계 4대 성지중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12세기부터 이곳 산속 동굴에서 발견된 블랙 마돈나(검은 성모마리아)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많은 순례자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몬세라트 수도원, 검은 성모마리아


현대사에서는 독재자 프랑코에 대항하는 저항세력들이 이곳 몬세라트로 숨어들었고, 이로 인해 수도사 20여 명이 처형되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몬세라트는 지금도 억압에 저항하는 카탈루냐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몬세라트 산악 기차)

                                         

 이곳을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올라갈 수도 있고, 산악 기차나 케이블카로 올라가기도 한다. 등산로를 따라 굽이굽이 산허리를 따라서 걸어가는 방법도 있다.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수도원으로 올라갔다. 발아래 펼쳐진 아찔한 풍경에 간이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몬세라트 케이블카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길에 얼굴이 안쪽으로 조각된 ‘성 조르디 조각상’이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다 수난의 파사드를 만든 스페인 조각가 수비라츠(Josep Maria Subirachs)의 작품이다.


음각으로 만든 얼굴의 시선이 사람을 따라 움직였다. 눈의 가로를 길게 하고 동공의 깊이를 다르게 조각하여, 좌우로 움직이는 것 같은 착시 효과를 일으키게 하는 작품이었다. 조각상의 눈이 나를 주시하는 것이 신기해서 그 앞에서 여러 번 오가며 시험해 보았다.


움직이는 대로 시선이 따라오는 성 조르디 조각상 앞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길에 잠시 머물러 가는 여정이라 수도원을 자세히 구경할 시간은 없었다. 나는 기념품 가게에 딸린 카페테리아에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검은 성모마리아를 상품으로 만든 것과 여러 가지 재질로 된 묵주가 눈에 띄었다. 가톨릭 신자들에게 선물하면 좋아할 기념품이 많았다. 가격도 적당하고 품질도 괜찮았다. 몬세라트에 트래킹을 하러 오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등산용품도 꽤 많이 갖춰 놓았다. 기능성 소재로 된 티셔츠와 가벼운 배낭, 몬세라트 풍경을 그려 넣은 등산용 스카프 등 구색을 갖춰 놓았다.      

   

(수도원 앞마당에서 바위산을 배경으로)

             


몬세라트에서 바르셀로나까지는 1시간 남짓 걸린다. 이제 하룻밤만 더 자면 귀국 비행기를 타게 된다. 서둘러 출발한 덕분에 해가 넘어가기 직전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몬주익 언덕에 황영조 기념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우리는 황영조 선수가 달리는 모습이 새겨진 기념비를 보며 벅찼던 감격의 순간을 회상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가 뛰는 모습을 재현해 놓은 기념비 앞에서 다들 신나게 뛰는 흉내를 내며 사진을 찍었다. 불과 30분 정도 머물렀는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뿌듯한 순간이 되었다. (계속)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에 있는 황영조 기념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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