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정서적 습관

경험의 경계와 기억

by 다나

가난의 정서적 습관

로또에 당첨된 남자의 인터뷰 기사가 인터넷 한 구석에서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클릭해달라고 떠돌고 있었다.

나는 부러움 반, 호기심 반으로 기사를 클릭했는데, 기억에 따르면 그는 당첨 사실을 확인한 뒤 가족들과 고기를 먹으러 갔다고 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고 한다. 평소에 고기를 그렇게 자주 사 먹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선택한 곳은, 정말 가끔 특별한 날 가던 대패삼겹살집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외식의 기준은 그곳까지였던 것 같다. 대패삼겹살집에 가서 배가 터지도록 고기를 먹고, 계산할 때 영수증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자신을 보고서야 당첨이 실감났다는 이야기였다.


조금 웃겼지만, 나는 화면을 보며 탄식했다.
“아니 아니!! 아니!!! 로또에 당첨됐는데, 대패삼겹살이라니! 스테이크 먹어야지!”

그때, 남편이 지나가며 조용히 말했다.
“어떤 스테이크집? 20억 생긴다고 해서 바로 갈 곳이 생각나긴 해?”

나는 순간 멈칫했다.
우리는 기분을 내고 싶을 때나 기념일 때, 스테이크가 먹고 싶을 때마다 청담동의 고급 레스토랑 대신 마트에서 평상시에는 선뜻 사기 부담스러워 얼씬도 안했던 정육코너의 안쪽으로 들어가 조금 더 지출을 감행하며 두툼한 소고기를 사다 집에서 구워 먹곤 했었다.


“이거 청담동에서 먹으면 최소 5배는 하겠지?”

서로 깔깔거리며 좋아하곤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며 말할 것이다.
“아니 참나, 로또에 당첨됐는데 스테이크라니! 더 좋은 걸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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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먹어본 소고기 사진



경험의 경계와 기억

하지만 그 말조차 그 사람의 ‘익숙한 경험’ 안에서 나온다.
우리 모두, 평소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내 머리 속에서 사실 스테이크 그 이상의 음식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어떤 경험은, 단지 돈이 생긴다고 해서 갑자기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 일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속한 삶의 방식 안에서 움직인다.

그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은, 생각보다 꽤 어렵다.


맛은 단순한 미각이 아니다.

기억이고, 학습된 경험이다.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고급 스테이크를 접시에 올린다고 해서, 그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까?

그 음식이 아무리 비싸도, 온전히 맛을 느끼기 어렵다.

포크를 어색하게 쥐고, 테이블 매너에 신경 쓰느라 정작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면?
낯선 분위기에 압도되어 편히 앉아 있기도 어렵다면?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삶을, 하루아침에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을까?


가난도 그렇다.
돈이 생겼다고, 가난했던 삶의 습관과 사고방식까지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는다.
비싼 물건 앞에서 주저하며 가성비를 따지고, 새로운 환경 앞에서 주눅 든다.
때로는 지원받은 돈을 쓰지 못한 채, 기회까지 흘려보내기도 한다.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많은 사례를 보아왔다.

경제적 지원이 이루어져도, 누군가는 여전히 낯선 삶 앞에서 머뭇거린다.

목돈이 전달되도 그 목적에 맞게 돈을 쓰는 대신 아끼다가 쓸모없이 흘려버리는 상황도 보았다.
가난은 단순히 돈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삶의 방식, 사고방식, 인간관계까지 깊숙이 배어든다.


그래서 진짜 빈곤 탈출은 돈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상상할 수 있는 힘에서 시작된다.
가격표를 보지 않고도 주문할 수 있는 마음,
그 마음을 지탱할 경험과 기회.

우리가 가난을 돕는다는 건, 그 마음이 자라날 시간을 곁에서 버텨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른인 우리에게 남는 질문

말이 돈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로 들릴 때,

비로소 우리는 가난을 벗어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자녀가 서울의 5성급 특급호텔 뷔페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면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를 말이 무엇일 것 같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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