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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 하나로 인생이 고달파졌다

냉동치료는 정말 끔찍하게 아프다

by 지훈쌤TV Mar 17. 2025

군대에서의 시간은 몸도 마음도 단단해지는 과정이라지만, 예상치 못한 고난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단순한 물집인 줄 알았다. 


하지만 물집은 점점 커졌고, 구보를 할 때마다 터져 피고름이 흘렀다. 


하루 이틀 참으면 괜찮아지겠지 싶었지만, 결국 걷기도 힘든 지경이 되었다.


진단 결과는 ‘사마귀’. 


치료를 위해 매일 병원에서 소독을 받고, 매주 국군 대구병원에서 냉동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정비대에 돌아와 상황을 보고하니, 다 나을 때까지 작업열외 조치가 내려졌다.


처음엔 금방 나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사마귀는 엄지발가락의 반을 덮었고, 검지발가락으로까지 번졌다. 


걸을 때마다 상처가 터져 발은 늘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러나 신체적 고통보다 더 힘든 것은, 주변의 시선이었다.


 "특별대우받으니까 좋냐?"


 "나으면 각오해야 할 거야."


훈련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몇몇 선임들의 눈초리가 차가웠다. 


그런 시선 속에서도 나는 조용히, 묵묵히 하루하루를 버텼다.


드디어 첫 번째 냉동치료 날. 


군의관님은 혈수포가 생기는 것은 치료 과정에서 좋은 신호라며 액체질소 치료를 시작했다.


"아악!"


차갑지만 뜨겁고, 깊숙이 파고드는 고통.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이걸 매주 해야 한다고?’ 


순간 세상이 나를 미워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병원 치료를 마치고 막사로 돌아가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누군가 부당한 일들에 대해 중대장에게 제보를 했고, 조사와 징계위원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선임병들은 나를 의심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군대는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군대다운 면이 있었다. 


파벌이 갈려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은근한 괴롭힘은 계속되었다. 


특히 한 선임은 틈만 나면 나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던졌다.


"나이 먹고 어린 선임한테 이런 말 들으니까 기분 나쁘지?"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제보자가 밝혀지면 군 생활 내내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조사에서 나는 군 생활에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조사 이후 여러 선임병들이 부서 이동되었고, 타 생활관 출입이 제한되었다. 


더 나은 정비대 운영을 위한 변화가 이루어졌다.


나는 일병이 되기까지 한 달을 앞두고 있었다. 


여전히 군 생활이 낯설었지만, 내게도 적응할 시간이 주어지리라 믿었다.


그날 밤, 일지를 쓰다가 문득 인생 목표를 적는 칸을 보았다.


 ‘초등교사.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 문장을 적으며, 지난날의 내가 떠올랐다. 


아팠을 그때의 나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병영일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편지가, 언젠가 내 꿈을 향한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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