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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Oct 29. 2024

가지밥 환대

내가 나를 감시하며

다른 지역에 일 하러 갔다가 따뜻한 밥 먹고 왔다. 가지밥 좋아하지? 하며 가지밥 사준 언니. 따뜻한 차 마시고 고속버스에서 그냥 자라고 하던데 울컥했다. 밥도 차도 십 원도 못 쓰게 해서 결국 주는 대로 다 받고 왔다.


일 하러 이 도시를 처음 가는 게 아닌데 유독 이번 발걸음에는 그 언니들이 보고 싶었다. 그랬다. 그냥 와다다 수다 떨고 싶었다. 다행히 일정 맞는 언니가 있어서 만났다. 내가 일한 곳까지 왔더라고. 밥 먹고 차 마시고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고 갔다. 다음에도 꼭 연락하라며…


곁을 잘 안 주는 애(나)가 우리들(몇몇 언니들 있다)에게 곁을 내주어서 고마웠다고 하더라고. 인연이 10년인데 딱 둘이만 만난 적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좀 더 뭔가 쿵한 게 있는.


9월부터 10월까지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서 내가 나를 감시하고 살았다. 나를 감시하지 않으면 내가 나를 해 할 것 같더라고. 나름 버티며 뛰어넘고 있다. 한고비 한고비가 지나간다.


나와 친한 지인은 안다. 내가 가지밥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나 먹는 것의 취향을 안다는 것은 나를 많이 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고맙지. 뭐 먹을까 하다가 바로 하는 말. 아…이 주변에 가지밥 잘하는 데 있어. 그거 괜찮지? 하는데… 와우!!!


오늘 언니 보면서 또 다짐한 것은 내가 이렇게 받는 환대들… 나는 또 내가 아끼는 지인들에게 그만큼 돌려준다 생각했다. 그럼 그 언니는 주기만 하고? 아니지. 나에게 준 사람들에게 뭔가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은 이미 넘쳐서 내가 달리 줄 게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다시 내 주변에게 돌려주겠다는 다짐 또 했다.

환대는 결국 돌아 돌아서 다시 자신에게 오는 것이니.


한 뼘 철들었다. 버스가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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