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논란을 보면서
임영웅 논란을 보면서 든 생각. 우리는 어떤 행위나 생각 뒤에 숨어서 참 많은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더라.
이 시국에 일상을 올렸다고 뭐 디엠으로 “이 시국에? “라고 뭐라 했다고. 그 반응에 ”내가 왜? 내가 정치인?” 뭐 그랬다는 기사를 잠깐 봤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나는 했다. 어느 쪽? 임영웅 쪽에서 봤을 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게 통제 아닌가. 여기 페북에 올라오는 일상의 글은 죄다 ”시국에 뭐지? “라는 눈총을 받아야 하나? 지금 시국이 개떡 같다는 것 인정. 그래서 한 명이라도 보태서 집회 나가서 힘을 보태는 것도 인정. 그렇다고 그걸 강요할 수는 없다. 강요해서도 안 되고.
나도 처음에 기사를 접했을 때는 아고 생각이 좀 없네, 싶었다. 그러다 아이랑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내가 어제 카페 가서 사진을 찍다가 아차 싶더라.
”내가 이 크리스마스트리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누가 이 시국에? 하면 “
”나는 바로 “어쩌라고?” 할 것 같네. 남이야 크리스마스트리를 올리든 말든 뭔 상관? “
이렇게 대응할 것 같다. 내가 크리스마스트리를 올린다고 탄핵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이 개떡 같은 시국을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는 트리와 나를 평소 아는 사람이 보는 트리와는 다를 것이다.
타인을 통제하는 것은 아무도 할 수 없다. 해서도 안 되고. 임영웅이 일상을 SNS에 올렸다고 역사의식이 있는지, 탄핵을 반대하는지, 원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 속은 본인만 안다. 이 시국에 일상을 올리면 생각이 없다니 인성이 그러하다니 하는 것에는 동의가 안 된다. 물론 그냥 조용히 있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조차도 내 생각) 개인적인 행동 범위를 누가 감히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냐 말이다.
집회 현장에 나가면 대단한 의식이 있고, 온라인에서 시국 이야기를 하면 대단한 정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선민의식이다. 생업 때문에 혹은 다른 이유로 집회 못 나갈 수도 있고. 온라인에 시국 이야기를 못 쓸 수도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일상을 쓰고 올릴 수도 있지. 정치가 개떡이라고 일일이 읊조리지 않는다고 그들을 향해서 조롱할 수 있는가. 누가 감히 남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가.
임영웅이 ’ 탄핵반대‘ 혹은 ‘계엄령 찬성’ 이런 이야기를 올렸다면 또 다르겠지만 단순히 자신의 일상을 올렸다고 그를 향해 분노의 조롱을 하는 게 맞는가. 물론 이 역시도 지극히 개인적인 내 생각이다. 우리는 어떤 생각이나 이념 뒤에 뭔가 다른 특출한 선민의식이 바닥에 깔려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사실 이 글도 내가 뭐라고 싶다만. 통제와 자율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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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노래 한 소 절도 모른다. 한 소절도 들은 적도 없다. 심지어 오디션 때 부른 커버곡도 들은 적이 없다. 이름 외에 아는 것이 없다. 그래서 팬심 이런 것은 한 줄도 없다. 방탄이었다면 오히려 이런 글을 못 썼을 것이다. 방탄에게는 뭐든 팬심이 있으니 팔이 안으로 굽어지기 마련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