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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만 어자일? HR도 어자일!

HR Goes Agile 을 읽고

by 방승천

* 원문 : Peter Cappelli and Anna Tavis (2018). HR goes agile. Harvard business review


* 인살롱 기고 원문 링크 : https://social.wanted.co.kr/community/team/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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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강의준비 차, 2018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피터 카펠리와 안나 타비스의 「HR Goes Agile」이라는 논문을 다시 읽고 있는데요.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 잘 맞는 것 같아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제 애자일은 개발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다소 선언적인 제목을 달았는데,

6년이 지난 지금 보니까, 이 예측이 정말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변화의 한복판에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HR Goes Agile 은 인사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 좋은 문헌이라고 생각해요.

와튼 스쿨과 NYU에서 HR을 가르치는 두 교수님들의 관점을 읽을 수 있기도 하고요.

아래에 링크를 달아드렸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전문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hbr.org/2018/03/hr-goes-agile

https://www.hbrkorea.com/article/view/category_id/7_1/atype/ma/article_no/1122/page/1






애자일의 DNA가 HR에 스며들다


저자들이 강조한 건 애자일이 IT 부서에서 시작해 조직 전체로 퍼지는 자연스러운 진화의 과정이라는 점이었어요. 단순히 일하는 방식만 바뀐 게 아니라, 생각하는 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거죠.


기존의 HR을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과거 HR은 통제와 예측을 전제로 만들어졌죠.

10년짜리 계획을 세우고, 매년 한 번씩 직원 성과를 평가하고,

위에서 아래로 캐스캐이딩되어 내려오는 의사결정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합니다.


하지만 애자일 HR은 그 모든 걸 뒤집어 버립니다.

BMO(몬트리올 은행)에서는 IT 직원들이 크로스펑션 팀에 들어가면서 서로 배우고 가르쳤습니다. IT는 고객의 요구를 배우고, 비즈니스는 애자일 원칙을 익히고요. 결과적으로 성과 관리의 단위가 ‘개인’에서 ‘팀’으로 이동한 겁니다. GE는 더 혁신적이었죠. 통제와 관리의 상징이던 GE가 린 접근법 ‘FastWorks’를 도입하면서, 재정 통제를 줄이고 팀에게 권한을 위임했어요. 대기업 문화의 DNA 자체를 갈아엎은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성과 평가의 혁명: 연례에서 실시간으로


가장 먼저 변화한 영역은 성과 관리입니다. 저자들은 연간 성과 리뷰는 사실 농경사회 때의 유물과 다름 없다고 말합니다. 1년 동안 뭘 할지 미리 계획하고, 1년 후에 그 결과를 평가한다? 지금 비즈니스 세계의 속도와는 완전히 안 맞죠. 딜로이트 조사를 보면, 2017년에 글로벌 임원의 79%가 애자일 성과 관리를 높은 우선순위로 봤다고 해요. 이 수치만 봐도 인식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 수 있어요.


Johnson & Johnson은 기존의 프랙티스를 완전히 바꾸었는데요. 기존의 "5가지 대화" 프레임워크(목표 설정, 경력 논의, 중간 점검, 연말 평가, 보상 검토)에서 지속적인 대화 모델로 바꾸기 위해 맞춤형 앱을 통한 실시간 피드백 시스템을 만듭니다. 처음엔 관리자의 20%만 참여했는데, 체계적인 교육과 변화 챔피언을 지정해서 46%까지 올렸다고 하죠. 변화 관리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Regeneron Pharmaceuticals는 더 정교했어요. 약물개발 과학자, 제품 공급 그룹, 현장 영업, 기업 지원 기능의 각기 다른 부서에는 각기 다른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했죠. 그래서 각기 다른 4가지 평가 프로세스를 만든 거예요. 복잡해지긴 하지만, 각 그룹 특성에 맞춘 맞춤형 접근이 전체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세분화 (Microsegmentation)의 힘을 보여준 거죠.



관리자, 이제는 코치로


애자일 HR의 또 다른 특징은 관리자 역할의 변화입니다. '명령하고 통제하는' 방식에서 '코칭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건데, 이건 단순한 스타일 변화가 아니라 리더십 철학 자체가 바뀌는 거예요.


Cigna 社의 사례가 좋은 예예요. 바쁜 관리자들을 위해 주간 90분짜리 비디오로 나눈 코치 훈련, 애자일 프로젝트 관리의 "학습 스프린트"처럼 짧고 분산된 학습 세션, 그리고 동료 간 피드백을 통한 학습 그룹까지. 모든 게 기존의 일회성 교육에서 지속적 학습으로 바뀐 거예요.


DigitalOcean 社는 더 진보적이었어요. 풀타임 전문 코치를 현장에 배치한 거죠. "좋은 코칭을 경험하면 더 나은 코치가 된다"는 원칙으로, 코칭을 관리자 경력의 핵심 역량으로 만든 거죠. 기술적 전문성과 인간적 리더십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라는 접근이자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개인 대신 팀 중심


전통적인 HR이 개인에 초점을 맞췄다면, 애자일 HR은 팀을 기본 단위로 봅니다.

이건 단순한 관점 변화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가 구조적으로 바뀌는 걸 반영하는 거예요.

프로젝트별로 조직되는 업무, 스크럼을 통한 실시간 목표 조정, 팀 수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 상황 추적하기. 이 모든 게 기존의 위계적 관리 구조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죠.


IBM 社는 동료 피드백을 앱에 기록하고, 팀 미팅에서 공유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다방향 피드백 시스템을 지향하는데요. 동료 피드백이 상사가 아니라 직원에게 직접 전달되고, 팀의 일일 스탠드업 미팅에서 공유되고, 앱을 통해 기록되는 시스템입니다. 기존의 수직적 평가 구조를 수평적 학습 네트워크로 바꾼 거죠. 특히 동료 의견이 팀에게도 공개되어서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한 건 투명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정교한 메커니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상도 실시간으로


급여와 보상 시스템도 애자일 원칙에 따라 바뀌고 있습니다.

Macy’s 社의 즉석 보너스, Patagonia 社의 시장 기반 급여 조정, Rent the Runway 社의 정례 별도 보너스 폐지 등은 모두 같은 맥락입니다. 보상과 행동 사이의 간격을 줄여 동기부여를 극대화하는 거죠.


DigitalOcean 社의 접근법이 재밌습니다. 직원 간 급여 격차를 줄여서 내부 경쟁을 차단하고, 개인의 영향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급여를 논의하고, 상위 1%에만 제한된 성과급을 주고, CEO가 "최고의 책"을 선택해서 로딩한 킨들 같은 비금전적 보상까지 제공합니다. 모든 게 협업 문화 강화를 목표로 align 되어 있습니다. 이건 보상이 단순한 금전적 대가가 아니라 조직 문화를 만드는 도구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채용과 학습의 애자일화


채용도 애자일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GE는 Cross function 채용팀을 꾸리고 칸반 보드로 채용진행 상황을 실시간 관리합니다. 모두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가져온 방법론들이에요. 채용이 단순한 선발 과정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최적화해야 하는 프로세스라는 인식 변화를 반영하는 거죠.


학습 및 육성 영역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IBM의 AI 기반 개인화된 학습 추천, 애니메이션 시뮬레이션을 통한 행동 모델링은 기존의 일률적 교육에서 개인 맞춤형 학습으로 바뀌는 걸 보여줍니다. 학습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적응 과정이라는 애자일적 사고의 확장이라고 봐야죠.



여전히 어려운 근본적 변화


물론 변화가 순탄하지 많은 않습니다. 애자일 전환 자체를 애자일하게 관리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니까요.

Intuit 社는 애자일 전환에만 4년이 걸렸습니다. 초반에는 얼리어답터 중심으로 시작하고, 자기 관리 팀을 소규모로 꾸리며, 리더 교육을 강화했죠. 그 과정에서 서번트 리더십으로의 전환을 강조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특히 중간 관리자의 저항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기존의 모니터링하고 통제하는 관리에서 코칭하고 지원하는 리더십으로 바뀌는 건 그들의 정체성과 권한 구조에 직접적인 도전이 되거든요. 이건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조직 문화와 권력 구조가 재편되는 걸 의미해요.






소감: 시대적 필연성과 실용적 해법


이 글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HR의 애자일 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연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세 가지 거대한 변화 - 사회의 급속한 변화, 기업의 소수정예 전략, 그리고 직원들의 높아진 기대치 - 는 모두 HR의 민첩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할까요?


1) 사회의 변화 속도가 정말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어요.


팬데믹, 디지털 전환, 원격근무, AI 도입.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이런 변화들을 보면, 기존의 연간 계획 중심 HR로는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시간 피드백과 지속적 적응이 아니면 조직이 환경 변화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도래한 거죠. Agile 환경에서 Agile HR은 필연적 변화입니다.


2) 기업들은 여러 이유로 고용을 줄이고 있어요.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고 소수정예로 운영하는 추세는 남은 인력 한 명 한 명의 중요성을 극대화시킵니다. 각자가 더 큰 역할과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최대한 활용하는 게 조직 생존의 핵심이 돼죠. 기존의 표준화된 관리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개인 맞춤형 접근이 중요해집니다.


3) 직원들은 과거보다 많은 걸 회사에 기대하죠.


직원들의 기대치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단순히 급여와 안정성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고, 의미 있는 일, 성장 기회, 일과 삶의 균형, 자율성과 창의성까지 요구하죠. 이런 다양하고 개인화된 니즈를 충족하려면 HR 자체가 더 유연하고 반응적이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걸 내부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외부의 다양한 HR 솔루션을 적극 활용하는 게 필요해요.

우리나라는 외부의 IT 솔루션 활용에 인색한 대표적인 나라죠.


그래도 기민한 스타트업들은 이미 다양한 애자일 HR 솔루션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성과 관리 플랫폼, 실시간 피드백 앱, AI 기반 학습 추천 시스템, 생산성 모니터링 솔루션, 데이터 분석 도구 등을 선별적으로 도입해서 내부 프랙티스를 바꾸고, 구성원의 역량도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더 중요한 건 기술 도입 자체가 아니라, 애자일한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개선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잖아요? 결국 HR의 애자일 전환은 단순히 업무 방식을 바꾸는 걸 넘어서, 조직이 불확실한 미래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조직은 인재를 잃고,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변화의 한 가운데 서있는 지금이야말로 HR이 선제적으로 조직의 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하는 "진짜" 전략적 파트너 역할로 거듭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행복한 주일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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