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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캄JoyCalm May 04. 2024

호흡에 닻을 내린다는게 뭘까?

명상, 나도 그거 알고 싶다 : 호흡편


모든 명상의 전통은 그 가운데에 호흡을 두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현대에 들어 과학적으로 가장 섬세하게 연구된 마음 챙김 명상 전통에서는 아예 호흡을 주요 명상대상으로 선택합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이유에서 호흡을 주요 명상대상으로 선택할 것일까요? 앞으로 며칠 동안 명상 대상으로서의 호흡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주제로, '호흡, 표류하는 마음을 잡아주는 원터치 닻'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호흡은 삶에 있어서 필수적이고 기본적이고 언제나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도 당연시되어 쉽게 잊히곤 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연유로 숨을 쉬지 못하는 경우에 처하면 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며, 숨을 쉬고 있다는 것에 대한 깊은 감사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러고는 숨에 대한 인식이 일어나기 시작하죠. 숨에 대한 새로움 앎, 깨어남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것을 두고 고대의 명상이 현대인의 삶으로 나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신 존 카밧진 선생님께서는 '체화된 깨어남'이라고 하십니다.  


명상에서 호흡을 주요 명상 대상으로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세상에는 수백 가지 명상이 있을 있습니다만, 여기에서는 마음챙김 명상 혹은 통찰명상에 기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음챙김 명상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는 신경과학을 기반으로 밝혀지고 있는데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는 내부 기제 중에서 가장 먼저는 과거나 미래로 혹은 이곳과 저곳을 떠도는 마음을 지금 여기로 모으는 것입니다. 즉 마음을 현재에 집중하는 것에서부터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나는 것인데요. 이때, 마음을 현재에 묶어 두는 닻으로 호흡을 사용하게 됩니다. 들숨과 날숨은 우리가 떠날 수 없는 대상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할 수 있기에 호흡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언제 어디서나 한 방에 꺼내어 쓸 수 있는 '휴대용 닻'이 될 수 있습니다. 삶이라는 바다를 항해는 작은 배가 목적지도 없이 정처 없이 흘러 떠돌지 안 도독 잡아주는 '원터치 닻'의 역할을 들숨과 날숨이 하는 것이죠.


호흡에 닻을 내린다는 것은 행위적으로는 호흡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이고, 의미적으로는 현재에 온전히 머물도록 호흡에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것이죠. 언어적 작용잊없는 들숨날숨에 주의를 두고 호흡을 알아차니는 과정에세 때로는 한 번의 호흡만으로도 깊은 심연에 닿을 수 있기에 '원터치'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명상을 안내할 때 흔히 '들숨과 날숨에 마음의 닻을 내립니다'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이것을 좀 더 쉽게 풀어보면, '들숨과 날숨에 주의를 기울이세요', 또는 '호흡에 주의를 모읍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서만 호흡이 일어나고 있기에 들숨과 날숨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면 곧장 몸이 있는 지금-현재로 마음이 돌아오게 됩니다. 즉 호흡을 통해서 현재를 상기하고 기억하게 되는 거죠.


마음 챙김은 영어로 mindfulness라고 하고 고대 인도어인 빠알리어로 sati라고 하는데요, 여기에는 '기억'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과거의 어떤 것을 기억한다는 의미보다,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상기하고 잊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마음 챙김은 현재 순간에 온전하게 존재하는 것에 관한 것입니다. 현재 순간에 온전히 머물면서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을 순수하게 알아차리는 마음 자질이 마음챙김인데, 이것을 훈련하게 도와주는 것이 들숨과 날숨인 거죠.

사진출처:Pixabay:Thomas G.



'호흡이 지금 이 순간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깊이 숙고하고 호흡을 마음챙김을 하면 존 카밧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체화된 깨어남'이 정말 일어납니다. 잠시 읽는 것을 중단하고 당신의 호흡을 느껴보세요. 들숨과 날숨의 차이를 알아보세요. 숨이 쉬어지고 있음을 가만히 알아차려보세요. 들숨이 일어나고 이어 멈춤의 순간이 있고 이어 숨의 방향이 바뀌는 미세한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세요. 어쩌면 들숨과 날숨의 멈춤의 시간과 공간에서 당신 자신을 향한 존재함의 감각이 일어나고 당신을 향한 온전한 연민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한 번의 들숨-날숨만으로도 그 안에서 깊은 영감을 길어 올릴 수도 있고 가슴속 묻어두었던 어떤 열망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호흡이 '현재 감각'을 상기하게 하는 '마음의 닻'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마음이 혼탁하고 산란해서, 깊은 안정감이 필요할 때 혹은 선명한 정신의 상태가 그리울 때 멀리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로 코에 닿는 당신의 들숨과 날숨에 마음의 닻을 내리고 잠시 머물러 보세요. 그러면 '여기에서 숨 쉬고 있다'는 강렬한 '현재감각'과 함께 지금의 삶에 도움이 되는 마음상태가 되어질 거에요.


내일은 '연결하는 호흡'이라는 주제로 이어가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들숨날숨에 기대어 고요하면서도 즐겁게 살아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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