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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나만의 노트로 채우다

by 별민이


외로움(Loneliness)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제외하면 한 번도 쉰 적 없이 회사를 다녔다.
하루하루를 버티고, 주어진 일들을 해내느라
‘나’라는 사람은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그 시기,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감정은 바로 외로움이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도 나는 늘 혼자였고,
내 마음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었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싶었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었으면 했다.

어느 날,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선배 언니에게 용기 내어 이런 마음을 털어놓았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냉담했다.


"네가 좀 예민해서 그래."

순간,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구나.
나는 정말, 혼자구나.


다른 딸들은 힘들면 친정 부모님께 조잘조잘 마음을 털어놓는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러질 못했다. 항상 잘 사는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었다.


늘 괜찮은 척, 웃는 얼굴로만 마주하고 싶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처음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마음이 끌리는 것들을 하나씩 해보기 시작했다.


드라마를 보고, 노래를 들으며
가사에 울컥하고, 대사 한 줄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혼자 울다가 웃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 시절, 하나 알게 된 게 있다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들은 모두 외롭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누구나 외로움을 품고 살아간다.
단지, 잘 숨기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나도 점점,
작은 취향을 챙기기 시작했다.
조용한 취미들이 외로움을 조금씩 덜어주었다.


시기마다 달랐지만,
요즘 나의 관심은 단연 필사와 다꾸.
좋아하는 책에서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발견하는 순간, 그 짧은 순간의 쾌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 문장들을 노트에 곱게 써내려가고,
그에 어울리는 스티커로 한 페이지를 채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노트가 완성된다.



외로움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쩌면 어디에도 없다.



결국은 내 마음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된 후,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만들어가기로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아니면 아무도 해줄 수 없는 일이다.

짬을 내어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취향의 사치를 부리는 이 시간이

20년차 오로운 워킹맘은 이렇게
외로움과의 작별을 조금씩 가능하게 해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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