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가서 그 시기에서 벗어나다.
“요즘 같은 마음이면 회사 그만두고 싶은 마음뿐이야.”
직장 동료 A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결론은 늘 같다.
그만두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주 5일, 아침 9시면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한다.
지겨운 일상이지만, 막상 뚜렷한 대안이 없기에
그냥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필사와 독서라는 든든한 취미가 있지만,
예전에는 그런 게 없었다.
퇴근 후 저녁 시간은 무의미하게 흘러가곤 했다.
지나가는 시간이 아까워 뭐든 해보려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돈이 많이 드는 취미는 부담스러워 뒷걸음질치다
결국 나와의 타협점을 찾았다.
무료했던 시간이, 머물고 싶은 시간으로 변하는 순간
필사와 독서는 달랐다.
비용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았다.
필요한 건 오직 하고자 하는 마음과 연필 한 자루.
그렇게 서서히 스며들듯 찾아온 나만의 시간은,
무료하던 시간을 지나
오래 머물고 싶은 시간으로 바뀌었다.
“잠시 머물러 쉬어가는 법, 필사에게 배웠다.”
필사는 나에게 그런 것이었다.
조금 서툴러도 함께하면 즐겁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인 것처럼 나를 보듬어 준다.
스스로에게 건넨 위로가 온전히 닿는 경험.
그건 해본 사람만이 안다.
그저 필사를 해도 좋고,
그 과정에서 좋은 문장을 만나면 더 좋은 것.
어쩌면 그것이,
지나가는 시간에 잠시 머물러 쉬어가는 나만의 방법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