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운전하는 차에 6명이 타고 편도 1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탑승인원도 초과하였지만 남자 셋 여자 셋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차는 달렸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병원 앞이다
나와 친구들이 앰뷸런스에서 내리며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정신이 돌아왔다
어떻게 된 일이지?
승용차가 커브길 도로에서 미끄러져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다리가 복합 골절 된 남자와 골반뼈 금이 간 내 여자친구는 큰 병원으로 실려가고 나머지 4명은 인근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실려온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끈끈한 애정을 가지며 우리의 삶의 여정은 시작됐다
남자친구는 지금의 남편이다
남자친구는 그즈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학업을 중단하고 어촌 마을의 조그마한 주유소 격인 기름집을 엄마와 함께 운영하였다
내가 졸업을 하여 인천으로 떠날때 남자친구는 지방도시로 올라왔다
내가 2년의 직장생활을 끝마치고 낙향하여 남자친구와 몇달 같이 머물때도 있었지만 각자 자기나름의 인생을 걱정하느라 주변을 살펴 볼 여력이 없었다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남편은 서울로 떠났고 나는 지금도 지방도시에 머물러 있다
이 모든 여정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 세상이라는 연극 무대에서, 만남에서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두 번정도 만나는 부부로 설정이 되어있었고 그 배역을 지금은 우리가 선택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이 펼치는 연극 무대는 두 주인공이 기획했고 제작비도 둘이 공동출자하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무지의 결과는 어땠을까?
우리는 어떤 무대에서 어떤 연극을 하고 살지, 어떤 생각을 가진 주인공의 역할을 할 지, 10년 앞도 설계하지 않고 막 산 것이 기획이었다
이러니 주인공이면서도 그때 그때 주어진 배역에 급급했으니 그 연극무대가 어떻게 되었겠는가?
무대에서 우리의 육체도 단련시키며 서로의 관계를 조율해 나가고 다음에는 또 무엇을 어떻게 꾸며 볼 것인지를 대화하며 영혼의 성장도 꾀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영혼의 고통과 육체적 힘듦과 경제적인 고난을 어찌할 바를 몰라할 때 그 고통의 소용돌이 안에서 누군가가 내게 손을내밀어주었다
그 여정에서 만난 하나님은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불확실성 속의 불안과 두려움을 다독여 주었고 "내게 맡기라'하셨다
내가 받아들일수 있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니 내 어깨가 가벼워졌고 어둡던 가정에 한줄기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인생이 거듭될수록,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물꼬가 터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한줄기 빛에서 시작되었다
마음 한 곳에서는 슬픔이 휘몰아치더라도 또 일부에서는 신나고 재미있는 일상이 열리고 있었다
내게 예비해 두신 모든 일들을 하나씩 완성해 나가면서 감사가 넘치는 날들이 더 많아졌다
조금씩 영혼의 성장이 이루어지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고 감사할 일들이 계속 찾아왔다
내 영혼은 감사하면서 더욱 성장해 나갔다
고난은 우리 삶의 일부니까 또 다가온다
그렇지만 나는 보조자, 희생자의 역할을 과감히 벗어 던져버렸다
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재부팅하였다
사랑이라는 포장으로 덮어놨던 곪은 부분을 도려냈다
아얘 살이 떨어져나갈까 봐 만지지 못했던 곳을 도려내니 새 살이 차 올랐다
내 역할을 바꾸니 상대방 배역도 달라졌다
타인을 바꾸려고 애쓰고 화내고 투덜대기보다 나의 위치를 바꾸면 환경도 바뀐다는 것을, 생각만이 아닌 행함으로 터득하게 되었다
남편만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내 안의 머물고 있는 것들에 시선을 두고 마음을 주니 나 또한 삶이 풍성해졌다
그 풍요로움 속에 남편이 한발짝씩 걸어 들어온다
내 마음을 중심으로 나는 주인이고 상대방은 객이다
남편이 어떤 모습이든 언제나 환영한다
내 아이들에게는 이 가정에서 어떤 배역을 맡겨놨을까?
아이들 어릴 때부터 이 아이들은 하나님이 내게 잠시 키워달라고 맡긴 하나님의 재산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키웠다
막 낳자마자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아이들 어릴 때 랍비 관련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다
언젠가는 하나님이 돌려달라고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 때까지 나는 아이들을 대신 양육하는 것이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인식했다
양육의 중심에는 하나님이 계셨고 "무엇을 어떻게 할까요" 하다가도 인간의 욕심이 더 많이 가미된 적도 있다
어떻게 해야될 지를 몰라 갈팡질팡하다가도 순간 하나님이 붙드시고 계심을 알고 힘을 풀고 맡기며 살았다
아이들이 이제 성장하여 자기들만의 리그에서 새로운 인생의 역사를 써 나가겠지만 언제나 응원한다
가난한 삶일지라도 영적으로 부자인 아들을 하나님 안에서 사랑한다
조금은 터덕거릴지라도 야무지게 인생을 설계해 나가는 딸을 사랑한다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응원해 주는 각자의 배역에 코치가 되어주시는 그 분과의 관계가 우리의 신성한 계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