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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토 May 07. 2024

내가 먹은 음식이 바로 나다

혈당 스파이크

"혈당이 200을 넘었어"

잘못 나왔나 싶어 혈당 수치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비가 오는 어느 날, 요가원에서 차를 마시며 차담을 나누고 있었다.

요가원 원장님이 약지 손가락 손톱에 반달모양의 흰색 테두리가 없으면 당뇨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하였다.

다들 자기 손톱을 쳐다보며 흰색 테두리가 있는 사람은 자랑스럽게 있다고 손가락을 내미는데 나는 "없네"하며 혈당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장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한 시간 후 혈당검사를 하였다.

내 혈당검사를 지켜본 젊은 직원들도 몇몇 검사를 하였지만 다들 정상범위였다.

나만 혈당이 치솟아 있었다.

혹시 잘못 나왔겠지 하는 마음이 더 컸고 무심하게 지나쳐버렸다.


한 달 여가 지난날 문득 그때의 혈당이 생각나 다시 한번 검사를 했으나 여전히 나만 숫치가 높다.

짜장면을 먹은 날은 정상범위 180을 훨씬 웃도는 290을 찍기도 했다.

내가 먹은 음식대로 나의 혈당은 춤을 췄다.


이제야 혈당의 심각성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원인이 뭘까 고민되었다.

식후 두 시간 만에는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면 요즘 유행하는 혈당 스파이크라는 것인데 왜 나만 그럴까 생각이 깊어진다.

충격이 크다.

다들 말한다. 건강관리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 무슨 혈당이 높냐고.


운동하는 사람이 뭘 놓친 것일까.

나는 먹어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 생각하며 저녁 요가가 끝나면 언제나 밤에 식사를 한 것이 원인일까?

배달음식이나 인스턴트, 가공식품이나 빵종류도 거의 안 먹는데 말이다.


유전의 힘이 강하다는데 체질인가 생각도 해 봤다.

흰머리가 너무 많아 30대 중반에 흰머리 염색을 시작했고 40대 중반에 폐경이 되어 호르몬 치료를 지속해 오고 있다.

50대 중반에 고혈압이 나타나 고혈압약을 복용 중인데 그다음 수순이 당뇨 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건강에 대한 적신호를 남들보다 빨리 겪으면서 더 운동을 한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먹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안 좋은 것을 안 먹었지만 좋은 것을 더 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혼자 지내면서 일품요리로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남비째 내놓고 한가지 반찬에 밥공기 가득.

직장생활 35년동안 길들여진 빠른 식사.

먹는 것으로 황후 대접을 하거나 사치를 부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제야 먹는 것으로 나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빴다.

35년 동안 안 먹던 아침식사를 챙겨 먹기 시작했다.

야채와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추가한 것이다.

아침을 안 먹던 보상으로 두배로 먹었던 점심식사를 줄였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다.

운동 후 먹었던 늦은 저녁식사를 운동 전으로 바꿨다.

골고루 먹고 탄수화물을 줄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지만 지금이라도 깨닫고 조치를 시작했으니 다행이다는 생각을 하며 나를 다독였다.

당뇨 전단계라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심란하여 고민을 한 시기는 딱 일주일이었다.

일주일 후 어떻게 이 일을 헤쳐나갈 것인가 하는 긍정적인 생각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제쳐두고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였다.

내가 먹은 음식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깨우치며 황후의 식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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