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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토 Jun 03. 2024

요가와 함께 살며...


우리의 만남을 


헛되이


흘려버리고 싶지 않다


있었던 일을


늘 있는 일로 하고 싶은 마음이


당신과 내가 처음 맺어진


이 자리를 새삼 꾸미는 일이라



우리는 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나


살며 있는 것이다



인병선의 시 < 신동엽 생가> 전문






내가 요가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인생 중반에 삶의 고비가 왔을 때이다. 몸과 마음이 지쳐 우울이 찾아오고 삶을 내려놓고 싶은 시점에서였다. 



 20대 중반에 결혼하여 두 아이 독박육아를 시작하였다. 남편은 이른 나이에 시작한 사업이 실패하여 새로운 탈출구를 찾고자 결혼과 함께 서울로 떠났다. 대학 때부터 오랜 연애를 하였기에 결혼 전 사업실패를 한 남편을 떠나지 않고 결혼했다. 그때는 사랑이 밥먹여준 다고 철석같이 믿을 수 있는 순수가 전부였으니까. 


마음이 그럴진대 셋방살이를 해도 전혀 거칠 것이 없었다. 몸은 멀리 있어도 언제나 남편을 그리워하며 육아하고 일하는 일상이 불행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한 달에 한번 만나도 남편을 볼 때마다 마음은 애틋했고 혼자 멀리서 고생은 하지 않는지 마음만 쓰는 것이 전부였다. 



사업이 망하기 전에 이미 가족과 주변 친지들 대부분이 돈으로 엮여있었다. 넘어져 가는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모두가 합심하다 보면 마지막에는 블랙홀처럼 돈을 빨아들이게 되었다. 남편의 빚을 갚으며 아이들을 육아해야 하는 나의 생활이 버거워서 상대방의 생활 깊숙이 관여하지 않았다. 혹여라도 어려운 생활을 아는 체했다가 힘든 내가 남편의 생활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목격하고 또 못 본 체 못할까 봐 두 눈을 감아버렸다. 사랑의 힘이 그나마 녹록지 않는 삶을 지탱하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삶은 결국 터지고야 말았다. 다시 일을 시작한 남편의 일이 잘못되었고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부부로서의 배신은 지탱하고 있던 삶을 송두리째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기에 충분했다. 돈과 관련된 것은 남이 아닌 이상 자의든 타의든 함께 짊어지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부부로서의 신의를 배신하는 일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행복뒤에 숨은 불행이 뭔지를 알게 되었다.



절망으로 몸부림을 치며 우울의 깊은 나락으로 뼈져있을 때 직장 동료가 요가를 소개해 주었다. 살고자 하는 욕망으로 탈출구를 찾던 중에 요가를 접하게 된 것이다. 날마다 일하고 퇴근 후 찾아가는 요가원은 내게 마음의 안정을 주고 깊은 명상에 들게 하는 묘약이었다. 요가를 하는 한 시간은 모든 잡념을 완전하게 지워주는 지우개와 같았다. 하루 중에서 마음의 요동을 잠재우는 한 시간을 만든 것이다. 요가와의 만남을 헛되이 흘려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15년 동안 요가와 살고 가는 것이 아니라 15년 동안 언제나 함께 살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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