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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맑 Sep 18. 2023

프롤로그

오늘도 내 세상은 맑다

  남들과는 다른 조건을 가지고 삶을 시작한 지 벌써 30년, 정확한 해답을 알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몸부림처 왔습니다. 이러한 삶 속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풀어내려고 합니다.

남들과는 다른 신체적 조건은 바로 선천성 무홍채증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홍채가 결여된 상태였고 이로 인해 안구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짧게 설명해 보자면, 카메라의 조리개가 렌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듯이 안구에는 홍채가 동공(pupil)의 개폐를 조절하는 근육으로 구성돼 있어서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럼 평소에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면 되지 않느냐'라고 할 순 있지만 문제는 선천성 무홍채증은 출생 시부터 홍채가 일부 또는 전체가 결여되어 성장기에 안구 전체 구조의 이상을 동반하여 시력이 발달해야 할 시기에 정상적으로 시력 발달을 하지 못하게 되므로 두 눈의 위치가 달라지는 사시가 발생하거나 눈이 고정되어 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눈떨림(안진, nystagmus)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각막혼탁, 백내장, 녹내장, 망막의 황반형성저하증( macular hypoplasia) 그리고 녹내장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께서 이병원저병원을 다니며 검진을 받아 보셨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고, 지금까지 서울대학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검진만 받아오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눈에 대한 불편함을 별로 느끼지 못했고 병원을 가는 것도 부모님께서 헬륨풍선을 사주셨고 병원 지하에 버거킹을 데려가 주셔서 오히려 병원 가는 것이 신났었습니다.


  저는 위에 말씀드린 조건에서도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 듣고 공부하며 대학생활까지 마쳤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시 행정직 공무원으로서 공직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교육적, 기술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편견과 선입견으로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시각장애인으로서 살아오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세울 수 있는 네트워크가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카톡오픈채팅 등 네트워크를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젠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거나 호기심이 있으신 비장애인 분들에게 글로써 고민에 대한 해답을 주고 선입견을 바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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