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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숙 Nov 23. 2023

한 번 미쳐볼까?  

(올해 잘한 일)

        

한 해를 보내며 올해 난 무엇을 잘했을까?

해결되지 못한 아쉬운 일도 있지만 잠시 미뤄본다. 스스로 칭찬할 만한 몇 가지가 있다.

지난 년 말에 위암 확진을 받고 온 가족 염려 속에 올해 1월에 신속히 수술을 결정했던 일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지금은 수술 전보다 10kg 정도 몸무게가 줄었지만,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다. 매일 수영을 하고 몸무게를 재어본다. 오늘은 좀 늘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사람들은 다이어트로 건강관리를 하나 나에겐 다이어트는 금물이다. 물론 나에게도 그랬던 날들도 있었다. 이렇게 사람들은 주어진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아 살아가는 것인가 보다. 암을 발견해 주신 의사 선생님과 수술을 집도해 주신 선생님을 믿고 서울 큰 병원이 아닌 지방에서 수술을 결정하고 신속히 암 덩어리를 제거한 것은 정말 잘한 일 중 하나가 되었다.     


5월엔 산청지리산도서관 글쓰기 강좌에 참여했다. 강좌를 마치고 ‘그곳에 내가 있었다’라는 책을 출판하게 되면서 세심히 지도해 주신 작가님,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엮어 내는 문우들의 솜씨에 눈치 없이 눈물도 훔쳤다. 특히 남편과 함께 참여하면서 우린 스스로 부부 작가처럼 행세도해보았다. 다독(多讀)의 기본이 잘된 남편은 주어진 글제로 하루 만에 글을 써내었지만 부족한 나에겐 감기와 같은 시간이었다. 며칠을 쏟아붓는 장맛비가 올 때도, 우리 집 개 봄이가 땅굴을 파서 더위를 식힐 때도, 글을 쓰면서 지난 시간을 추억했다. 폭우와 폭염도 글쓰기를 멈추게 하지 못했다. ‘참 잘했어요!’ 빨간 도장을 찍어본다. 덕분에 어설픈 기타 솜씨로 ‘출판기념회’ 축하 자리에서 겁도 없이 도전한 기타 연주는 아직도 부끄럽다.      


지난해 재능 기부해 주시는 단성교회 반주자님의 도움으로 기타에 입문하게 되었다. 처음 다뤄보는 클래식 기타를 잡는 것만으로 어색함에 실실 웃음이 나왔다. 교재 순서에 따라 음계를 연습할 때는 손끝엔 딱딱한 못이 박히기도 했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반문하기를 수도 없이 했다. 왼손은 정확한 음을 짚어야 하고 오른손은 이 음을 아름답게 표현해야 하며, 눈으로는 악보를 잘 읽어 뇌에 정확히 전달해 주어야 들을만한 음색이 탄생된다.


나 역시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의 나이에 접어들고 있으니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입문하고 두세 달 즈음, 암 판정으로 수술을 하게 되면서 잠시 쉬었다. 이후 봄부터 다시 시작된 기타 연습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매일 조금씩 조금씩 연습하면서 속도를 내었고, 쉬운 왈츠곡을 연주할 때는 기타리스트처럼 우쭐하기도 했다. 평소 의지박약인 내가 포기하지 않은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제 첫걸음을 시작해 본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악보를 읽어내어 손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탄생되길 바라본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제일 잘한 일은 아직도 내가 기타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살면서 한번 제대로 무엇에 미쳐보지 못했으니 이제라도 한 번 미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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