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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릿씨 Feb 27. 2024

사막 여행의 시작점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려는 자를 위한 자기소개

사막을 여행하는 건 참 다르다.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

(생사를 건 매우 특별한 모험을 즐긴다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투어를 신청하면 여행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가이드가 정해주는 것을 한다. 

가이드가 내려주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사막에서 할 수 있는 약간의 액티비티를 하고,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고, 마련해 준 곳에서 잠을 청하는 그런 여행이다. 

아이가 어른을 따라다니며 하라는 대로 하는 여행의 느낌이랄까.  

 

세상과 단절되는 사막 투어에서 가이드는 나의 모든 것을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어릴 때 부모님께서 항상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처음 만난 가이드를 따라 온전히 나의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 부담을 이해하는 것일까? 이집트 사막투어의 시작은 가이드의 집이다. 

 

아라비아 반도, 중동의 사막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베두인'이라고 부른다. 사막에서 유목생활하는 아랍인들이라는 뜻으로 이집트 사막지역에 터를 둔 사람들도 '베두인'이라고 부른다. 베두인이 유목생활을 하는 이유는 물이 있는 오아시스를 찾아다니며 살아야 했기 때문일 테다. 물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쉽게 물을 구할 수 없는 사막에서 물은 생명과도 연결된 중요한 수단이다. 

 큰 도시에서는 좀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집트나 아랍문화의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조금 눈여겨보면 여기저기에 놓인 큰 항아리가 보인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길을 가던 목마른 사람이 우물 가에 가서 물을 청하면 탈 나지 말고 천천히 마시라고 나뭇잎을 떨어뜨린 물을 대접했다는 것처럼, 길을 가다가 목마른 사람이면 누구나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것이다. 요즘엔 쉽게 물을 사 마실 수 있게 되면서 특히나 관광객이 이런 문화를 체험하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듣고 보면 그 마음이 친절하게 전달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이드의 집에 들르는 이유 중에도 투어 기간에 마시고 사용할 충분한 물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 준비를 위해 물과 함께 이런저런 준비물을 챙겨가야 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사막에서는 제대로 씻을 수가 없으니 사막투어를 위해 장시간 달려온 손님들에게 차와 음식을 대접하고 편하게 씻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이다. 


베두인의 집 초대


 사막을 터로 하는 아랍 문화에서 '환대'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작열하는 태양아래에서 물을 찾아 헤매다 생사의 기로에서 물을 나눠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을까. 아랍 문화 특히 사막에 사는 베두인들에게 손님을 환대하고 잘 대접하는 것은 생사를 걸고 하는 일종의 투자인 것이다. 내가 잘 베풀면 언젠가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꼭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더라도 이런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베풀길 바라서 일 것이다. 우리도 어릴때부터 읽고 들었던 전래동화에서 들어본 익숙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그 마음이 전달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첫 일정을 집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친절한 자개소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이 없는 초조한 미지의 땅으로 타국에서 만난 생면부지를 따라나서야 하는 두려움을 이해하고 믿음을 심어주는 친절한 자기소개의 시간.



나는 여기에서 이렇게 사는 사람이야. 나의 가족과 집을 소개할게.
모르는 사람이라고 너무 걱정하지 마. 나를 믿고 안심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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