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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 Sep 16. 2024

희고 검은 나비를 본 날

: 비로소 너를 추모할 수 있게 된 날

최근 며칠 동안 하늘은 흐렸고, 땅은 눅진했고,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네 생각을 했다.


네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네 형체를 만질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으며,

내가 상상하지 않는 이상 너는 잊히겠지一그런 생각을 하면서


너와의 추억을 기리지 못하고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내가 그렇게까지 부정했나 보다.


자그마한 네가 하늘나라에 갔을 때,

나는 덤덤한 척이나 하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때당시 그게 내 최선이었겠지.

그리고, 상상은 했지만

최대한 부정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저 길을 걷다가 우연히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아도

못 본 척, 내색하지 않고

다른 곳이나 쳐다보며 지나가고 마저 걸었다.


너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난 그 사실을 직면할 자신이 없으니까.


너를 그토록 사랑했으면서도

추모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더라.


마치 네가 아직 살아있어서는

곧장 나를 반겨줄 것만 같이.


같이 산책하러 가자고 나를 귀찮게 굴고,

물이 없으면 물이 없다고 금방 칭얼거릴 것 같고,

내가 침대에 누워있으면

곧장  품으로 달려올 것만 같은데


나는 아직도 그런 상상을 하면서

너를 잊지 못하고 있는데,

아직 용기가 부족해서 인정하기 싫다는 이유로

네가 가는 마지막 길을 위해 기도 한번 하지 못하고


아니, 그러지 않고.

그렇게, 그냥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찾은 네 사진을 보고

이불을 마치 너라 생각하고서

펑펑 울었다.


늘 내 천사 같았던 네가

정말 천사가 되어

이곳에서의 우리 이야기가 끝났다는 것에

미안하고 또 너무 미안해서


여긴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데

네가 있는 그곳은 어떻냐고, 비가 내리진 않냐고

무섭진 않고, 심심하진 않냐고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네 죽음을 직면하지 못하고 있었다가

정말 원인 모르게 마주해 버렸는데

역시,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나 보다.


아직도 네가 살아 숨 쉬고 있을 것만 같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둘이 만들어낸 순간순간이 모두 추억인 것인지도

전부 네 덕분에 알게 되어 고마운데


네가 있었을 때

미 알고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一그런 생각을 하면서 곡소리 내며 울었다.


꼭 하늘이 우는 것 같이 느껴지는

지금 내리는 비가

잊고 있었던 땅의 향기를 알려주고,

나를 더 슬프게 만든다.


다음 생이 있다면

네가 다시 내 곁으로 왔으면 한다.

내가 못해줬던 걸

전부 해줄 수 있을 날이 왔으면 한다.


나는 네 몫까지 열심히 살 생각이다.

네가 가고 싶었던 곳에 가고,

네가 먹고 싶었던 것을 먹고,

네가 자고 싶었던 곳에서 자고,


네가 함께 하고 싶었던 사람들과 행복을 찾아

아주 열심히 살 생각이다.


네 서툰 발걸음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너,

하늘에 잘 도착했다고


어느 날에 검고 흰나비가 내 앞을 지나갈 때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너는 아주 좋은 곳에 잘 갔으니,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도,

우울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훨훨 날아가라.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아라.

부족함 없는 곳에서 잘 지낼 수 있기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도를 하고,

나는 너를 추억이자 선물이었더라고

이야기할 것이며


너는 앞으로도 그런 존재로 남을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아기천사야.

신의 뜻을 전하기 위해 잠시 내려온 아기천사였을까,

.

많은 천사들 중 네가 눈에 보여

우리는 가족이 되었고,

비록 너는 약한 몸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건강하게 우리 가족이 되어 사랑을 알려주었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었다.


이제 너를 보내줄게.

보내줄 테니,

부디 행복하기를.

부디 나를 기억하기를.


행여 내가 하늘에 가게 됐을 쯔음에는

네가 마중 나왔으면 한다.


몇 년이 지나도, 몇십 년이 지나도,

천 년, 만만 년이 지나도,


네가 마중 나왔으면 한다.


그때 우리는 함께 산책하며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우리가 시간에 의해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고,

행복할 수 있기를.


어째서인지,

나는 네 몫까지 오래 살고

늦게 너를 만나러 가게 되더라도

너는 나를 알아보고 안아줄 것만 같다.


그런 믿음으로

네 몫까지 열심히 살다가 가겠다.

그날은 춥지도, 덥지도 않았으면 한다.

그날은 오로지 행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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