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채우다. 가득가득
이삿날을 정해진 후, 매일밤 첫째가 옆에서 잠이 들면 조용히 일어나 열심히 20평대 아파트 인테리어를 검색했다. 조금씩 둘째를 품은 배가 커지면서 그에 발맞추듯 우리 네 가족이 앞으로 살아갈 스위트홈에 대한 열망과 꿈도 자라 갔다. 그때 내가 꿈꿨던 스위트홈은 검색창에 무수히 떠오르는 예쁜 아파트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각 방마다 역할을 나누고 거실에는 이런 색깔과 디자인과 텍스처의 소파를 들이고 아이 책을 들일 넓은 책장이 필요하고 등등의 생각으로 머릿속은 바빴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구입한 첫 우리 집이라 매매금을 내고 나니 수중에는 10년 차에 접어든 아파트 내부를 부분적으로 수리할 비용 정도의 돈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그간 수없이 봐왔던 인테리어와 비슷한 모습으로 꾸며보려고 애를 썼다. 이전 집주인분이 식탁, 붙박이장 등을 두고 가셔서 비용이 굳었다며 기뻐하고 이사선물로 받은 소파를 들여놓자 아직 텅 빈 집이었지만 무언가 채워지고 만들어지는 모습에 뿌듯했다. 수많은 시간을 잠을 아껴가며 ( 사실 임신 후 낮밤이 바뀌어 첫째를 재우고 나면 더 말똥말똥 눈빛이 살아났다고 해야 맞겠다.) 검색을 거듭하여 드디어 새로 들인 가구는 아이의 책장 하나. 아이가 갓난아기일 때부터 받아온 수많은 책 전집을 친정엄마네 현관 앞에 박스로 쌓아두길 몇 년 차 드디어 그 책들이 갈 곳을 찾아 책장에 다 안착하자 작은 방 한쪽벽면이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가득해졌다. 작은방이 더 작아진 느낌이긴 했지만 옆에서 팔짝팔짝 뛰며 신나 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나는 뱃속 둘째에게도 다 읽히겠지 싶은 마음에 절로 엄마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삿날. 그전 일주일 정도 이사비용을 아끼기 위해 남편과 함께 입주청소를 직접 해둔 터였으나 이미 배가 나온 나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남편 혼자 이렇게 저렇게 순전히 손으로 마친 청소인지라 자세히 보면 부족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특히 화학세제를 극히 쓰지 않으려 하는 남편의 소위 "친환경" 청소법은 그때 당시 내가 보기엔 시간면에서나 효과면에서나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무엇보다 물만 뿌린 정도로 청소의 효과가 미미해 보여서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짜증을 크게 쏟아내고 화장실로 들어가 세제를 팍팍 풀어 수세미로 바득바득 닦으며 남은 화풀이를 끝내며 초간단 입주청소를 마무리해야 했다.
이삿날에는 이전 신혼가구 몇 점과 가전인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를 실을 트럭 한 대가 왔고 이미 그전부터 소소한 세간과 옷가지, 책들은 남편이 열심히 손품, 발품을 팔아 옮겨놓은 후라 짧게 마무리가 되었다.
다 들여놓고 보니 처음 내가 머릿속에 그리던 모습과 다른 부분들도 보였지만 그래도 우리 집. 이제 다가오는 추운 겨울을 같이 맞이할 우리 집. 군데군데 비어있는 부분은 가득가득 채워주리라 마음먹으며 흐뭇하게 집 곳곳을 둘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