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꾸미기 = 채우기?

by 빛나는 지금

공용면적 25평 실평수 18평. 방 세 개에 화장실 두 개. 처음 텅 빈 집 곳곳을 다니며 머릿속으로 이 방은 서재방으로 책상은 이곳에, 책장은 저곳에. 이런 식으로 이미지를 그리며 집을 꾸밀 때와 실제로 가구와 가전들이 다 들어온 후 집의 모습은 당연히도 많이 달랐다.


베란다가 딸린 방은 이미 붙박이장이 자리하고 있어서 큰 침대를 넣었더니 그야말로 다른 빈 공간을 찾기가 어려웠다. 남편의 서재방도 책장 세 개에 책상이 들어가니 이미 꽉 찬 상태였으나 다행히 놀이터 쪽으로 나있는 창문이 커서 어둡지 않아 좋았다. 아이의 놀이방은 큰 책장에 책이 가득하고 그동안 얻기도 하고 사서 모아둔 장난감들이 속속 들어차니 이방 역시도 빈 벽은 찾기 어려웠다. 게다가 놀이방 매트를 깔아 두니 정말 두 번 설명할 필요도 없이 놀이방다워서 일단 첫 목표에는 성공한 셈이었다.


그나마 티브이가 없어서 덩달아 장식장도 없이 선물 받은 소파 외에는 큰 가구가 없었던 거실이 가장 트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때 나에게 집을 꾸민다는 것은 빈 벽과 빈 공간을 가득가득 채워 넣고 그리고 정리를 말끔히 하는 것이었다.


친정엄마도 이사 온 집에 물건이 많아야 따뜻해 보인다고 하시며 연신 친정집에 쌓아둔 물건들로 우리 새집을 채워넣으셨다. 덕분에 큰돈 들이지 않고 이불장에는 4계절용 이불과 카펫이 들어왔고 주방 찬장에도 갓 구입한 양념장 세트와 그릇, 냄비등이 빼곡히 자리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이제는 비어있는 거실을 채워 넣을 차례였다. 텅 비어있는 거실 한쪽 벽면에 소파 테이블을 놓고 놀이방에 다 들어가지 않은 아이 장난감을 색깔과 디자인별로 고심하여 맞춘 플라스틱 수납함에 차곡차곡 넣어서 진열했다. 그리고 마침 친정엄마가 선물해 주신 큰 식물화분 세 개를 코너 쪽에 줄 세워 놓으니 그다지 길지 않은 한쪽 벽면을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때는 성탄절 무렵. 수납함을 샀던 국민가게에 며칠째 단골을 자처하며 들러 이번에는 플라스틱 성탄트리와 장식품 그리고 알전구를 사 와서 벽면전체에 걸고 불을 키니 나름 참 예뻤다.


주말을 맞이하여 집들이로 찾아온 어린 조카들이 "이모집, 마치 모델하우스 같다!"라고 하는 인사에 그간의 수고가 보상을 받는 듯했고 나름 꿈꾸던 스위트홈을 재현한 뿌듯함도 있었다.


그리고 이사한 새집에서 맞이한 첫겨울, 그리고 새봄을 맞으면 둘째가 태어날 예정이었다. 큰 배를 안고 신생아맞이 준비로 첫째 때 썼던 물건들을 찾아 씻고 세탁하느라 여기저기 짐더미들을 열고 뒤지며 조금씩 내가 감당할 용량을 넘어서는 짐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몸만큼 짐의 무게도 무겁다고 여겼지만 그것을 덜어낼 방법은 찾지 못했기에 꺼냈다가 다시 끼워 넣고 그러다 금방 피곤해져서 문을 닫아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가 침대에서 뛰다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져서 다칠뻔한 아찔한 일이 반복되었고 처음으로 이 침대를 (전혀 쓰지 않는) 없애면 어떨까?라는 그때 당시로는 너무나 파격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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