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시작했으나 어떻게 그만둘 것인가?

by 빛나는 지금

복직을 앞두고 코로나 판정을 받아 일주일간 가족 모두 격리되어 있었다. 그때 식사자리에서 반찬투정을 하며 짜증을 내는 만 4살 된 첫째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시작한 잔소리가 점점 언성이 높아졌다. 결국 내 화를 못 이기고 아이의 얇디얇은 손목을 잡아끌어 억지로 식탁의자에서 내리게 해서 옆방으로 들어가라고 밀어 넣었다. 아이는 안 들어가겠다고 울고 나는 들어가라고 계속 방 안으로 밀어 넣고. 결국 남편이 상황을 중재하며 일단락이 되었는데 지금도 그때 당시를 돌이켜보면 부끄럽고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나는 왜 그렇게 아이에게 화를 냈을까? 왜 주체하지 못할 만큼 짜증이 나고 답답해서 결국 가장 약한 아이에게 그 화를 쏟아냈을까?


내 안에 쌓여있는 분노와 짜증과 무기력감은 복직을 앞두고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복직 후 첫 한 달은 코로나 후유증인지 워킹맘의 하루가 실제로 그러한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막막한 피곤감을 동반했다. 3년여 만에 시작한 업무는 같은 듯 또 달라서 하루에도 여러 번 낯선 동료들에게 물어보고 신세를 져야 했다. 누군가 전에 담당자는 이렇게 일을 하지 않았는데 비효율적인 방식을 이러저러하게 개선하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는데 그 말에 내 마음은 또 와르르 무너졌다. 사실 더 쉬운 방법을 일러준 것이니 이후 개선된 업무를 생각하면 당연히 참 고마워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업무에 있어서도 낯선 주변 분위기에 있어서도 무엇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무력감은 자신감을 더욱 하락시켰고 작은 충고도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마음의 크기는 줄어들어 있었다.


그리고 집에 오면 현관에서부터 작은 블록이 발에 밟히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안방으로 향하는 그 짧은 통로에만도 책과 옷더미를 몇 번은 통과해야 했다. 어린 두 형제가 하루종일 놀면서 벌여놓은 장난감과 갈아입은 옷들과 자잘한 유아용품들. 내 두 번째 하루 일과의 시작을 알리는 그 장면은 하루하루 반복될수록 직장에서와는 결이 다른 무력감과 우울감을 불러일으켰다.


상황이 어렵다고 누구나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상황은 늘 바뀌는 것이니 그때그때 적절하고 무난한 선에서 처리하고 혹은 뒤로 미뤄두고 넘어가면 나도 주변 사람들도 큰 갈등을 피할 수 있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나 자신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여유가 없었고 몸과 마음의 피곤은 전방위로 나의 사고방식을 편협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나는 점점 어떻게 하면 직장을 그만둘 것인가?라는 고민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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