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의 방법

파이어족이 아니라면?

by 빛나는 지금

직장을 그만두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먼저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것은 경제적인 부분이었다. 우리 집은 외벌이. 즉 내가 가정경제의 주책임자인 것이다. 남편은 계속 공부 중이었고 일을 시작한다 해도 안정적으로 벌이를 할 수 있을지는 우리의 바람이나 계획밖의 일이었다.


자 그런 내가 일을 그만두려면 방법은 내가 풀타임으로 일해서 버는 정도 수준의 금액이 다른 수단을 통해 매달 꼬박꼬박 입금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기똥찬 방법이 과연 있나요?


주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다들 나를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인양 바라볼 테니까. 내가 돈을 벌어야 가족모두가 먹고사는데 그런 내가 일을 안 하겠다고 하면, 듣게 될 질문을 간결하게 하나였다.


"그럼, 뭐 먹고살래? 아파트 대출금은?"


무슨 유행하는 노래 가사처럼 내가 어렸을 때도 다른 누군가에게 향했던, 그리고 티브이에서 무수히 들어온 질문.

먹고사는 문제. 돈의 문제였다.


먹고사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므로 열심히 일하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나의 고민은 어떻게 내가 풀타임 직장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어있지 않고 워킹맘이라고 하는 시지프스의 바위 밀어 올리기 같은 이 고단한 삶에서 빠져나와 어쩌면 내 삶에서 처음으로 내가 바라는 대로 꿈꾸는 대로 살아볼 수 있을까였으며 이와 동시에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 같이 해결하느냐였다.


한쪽 무게추에 월급을 또 다른 무게추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올려놓고 매일 그 무게추가 어디로 기우는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월급도 정규 직업도 너무나 분명한 장점과 성격과 목표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자체적인 생명력을 지니고 지난 20여 년간 나라는 한 사람을 같은 직장에 비슷한 모습으로 좋은지 싫은지에 대한 주관적인 감정, 생각을 덮고 20여 년 전 모습 그대로 또 출근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으로 이끌어 온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추에 얹혀 있는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생명체인가?


월급 명세서에 찍힌 돈과 경력증명서에 찍힌 호봉에 비하면

내가 원하는 삶은 제목부터가 참 모호했고 그 실체는 어스름한 안개처럼 흩어져버리기 일쑤였다.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게추 위에 올려져 있는 이 모호한 덩어리, 형체가 없이 곧 바스러져버릴 것 같은 이 덩이리에 분명한 생기를 불어넣는 일이었다.


그 생기로 자체적인 생명력을 가질 때에야 돈이라는 골리앗에 맞서 꿋꿋이 무게추 위에서 제대로 한판 붙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내가 고민이나 질문이 있을 때면 제일 만만하게 물어볼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그곳은 퇴근길에 들르기 딱 좋은 동네 도서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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