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밤

by 이기선

쥐들도 살지 않는 고향집 마당에는

어둠 한 켜 적막 한 켜 눈이 내려쌓이고

바람은 양철차양에 앉아

시소타고 있겠다


바람이 이따금씩 발을 구를 때마다

쌓였던 눈덩이는 절명하듯 떨어지고

눈가루, 썩은 마룻장에서

속울음을 울겠다


밤이 깊을수록 어둠은 희미하고

잠이 엷을수록 옛일은 또렷한 데

오늘 밤 내 꿈길에도

함박눈이 내리리라

이전 02화딸바보 아빠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