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가장 잘 아는 남남

by 리정



두 사람의 인생이 있었어.

비슷한 톤의 결을 가진 두 사람은

자신을 닮은 상대방을 보며 위로받고 측은해했지.

나는 너를 참 닮았구나, 너는 나를 참 가졌구나.

우리는 전생에도 인연이었을 거야.


그러다 관계에 익숙해지고 느슨해지면

그 닮았던 점들이

날카로운 촉이 되어 서로를 찌르기 시작한다.

내가 널 아는데, 넌 어차피 그럴 건데,

내가 널 모르니,라는 말들로.

나여서 너를 좋아했다기엔

나여서 너를 밀어내는 어처구니없는

감정의 자기 합리화.

밀어내고 나서야 나의 텅 빈 구멍을 알아차린다.

나에게 다시 돌아와.

너만큼 날 잘 아는 사람이 어딨다구.


닮아서 좋아했던 걸까. 좋아서 닮아버린 걸까.

닮아서 싫어진 걸까. 닮아버려서 싫어진 걸까.

익숙함은 편안함이 되고

편안함은 긴장을 불식시킨다.

긴장이 없어졌으니 우리에게도

끝이 와버린 게 아닐까, 착각하며.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놓쳐 버린 우리는

결국 세상에서 서로를 가장 잘 아는 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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