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것을 너로 인해 깨닫는다.
일상을 파고드는 너의 작은 기억들 때문에
나는 온종일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있다.
나를 설레게 했던 목소리는 그리움이 되었고
그 발신자의 이름은 오래도록 통화목록 부재중이다.
나는 그곳의 주소를 알고 있지만.
너의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도 없던 말들로 우리의 마음은 갈라져 버렸다
기다리기 지쳐 이렇게 해 버리면
너에게로 달려가기만 하는 마음을
쉬이 접을 수 있을 줄 알았던 치기 어린 자존심.
아 나는 여태껏 어른인 척하는 사춘기였던가.
버릴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여전히 그것을 붙들고 있는 나는,
모든 감정이 침전물처럼 가라앉은 이 와중에도
너에 대한 미련만은 선연하게 날이 곤두서있다.
신경이 날카로운 시절.
나는 살아있다는 것을 너로 인해
이렇게 또 깨닫는 밤.
분명 당신이 맡겼던 마음인데
내 아량의 평수라는 것이
본디 비좁고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 들어앉는 것들이 늘어만 가니
당신이 가져가 놓은 맘은 저만치
구석에 처박혀 간다.
그러니 어서 찾아가시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들여다뵈지 않는 주인 탓에 그 예뻤던 맘은
짐이 되고 허연 먼지 더미까지 쌓인다면
난 조금 많이 쓸쓸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