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주는 고질병이 있다.
아주 오래된 습관처럼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내곁에 언제나 머무르고 있음을 사실은 알고 있었지
카드 비밀번호 4자리. 현관문 비밀번호 4자리.
언제 헤어졌는지도 이제는 까마득한
그 시절의 너를 좋아했던 나는 당신의 차 번호를
내 삶의 비밀번호로 저장해 두었지.
비밀번호를 쓸 일이 있을 때마다 문득문득
나를 두드리는 당신의 기억이
사실은 그렇게 싫진 않았는가 봐.
이제는 귀찮아서, 굳이 뭘 바꾸나 싶기도 한데.
아직도 나는 거리를 걷다가 당신의 번호를
여기저기서 마주칠 때마다, 멈칫거리곤 해.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우리 이제 마주쳐도 못 알아볼지 몰라.
그런데도 내 삶에 남은 당신의 번호 4자리는
우리의 그때를 불러일으켜. 참 예뻤지.
세상 둘도 없던 그때.
이제는 내 삶의 비밀번호로 남은 그 사람.
당신의 삶엔 내가 얼마나 남아있을지 궁금해.
안녕, 나의 그 시절. 잘 지내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