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 중꺾그마

by 리정



1.

좋아하던 쌀국숫집인데

낮은 평점을 받아 발길이 뜸해졌다.

꼭 봐야지 했던 영화를

평론가가 총체적 난국이라길래 패스했다.


오랜만에 찾은 그 쌀국수는 여전히 맛있었고

다운로드한 그 영화는 눈물 콧물 감동이었다.

그래 타인과 외부에 기준을 맞추면

내 스스로의 행복을 잊게 된다는 것을



2.

언제부턴가 나는 있는 그대로 좋은 것을

더 좋아 보이게 만드는 욕심에 집착한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맛을 느끼는 대신.

멋진 풍경을 두고 콧바람을 들이마시는 것 대신.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좋은 것’을 ‘좋아 보이게’ 만들기.


어느새 감각이 아닌 프레임으로 움직이는 신경들.

눈으로 본 나무와 나무를 감싼 하늘과

코끝에 적당히 시원했던 그 바람의 냄새와

그때 나눈 시시껄렁한 농담과 내 귀를 울리던

너의 웃음소리가 아닌.


라이브러리에 저장하기 위해

손바닥보다 작게 찍히는 사진들.

거기에 내 기억이. 내 시절이.

너의 순간이 꽁꽁꽁 갇혀가는 낮과 밤.

그 시간들이 소름 끼치는 지금.



3.

나의 자존감을 깎아내어

자신의 자존심을 채우는 사람들이 있다.

'할 수 있겠어 네가?'

'말이 되는 소릴 해라 네가?'


그런 사람들은 잘라내야 한다.

내가 그렇게 부족한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들은 정리해야 한다.

'나는 재능이 없는 걸까요?'


아니 너를 믿는 게 재능이야.

중요한 건 꺾여도 좋으면 그냥 하는 마음.

기억해 중꺾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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