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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미곰미 Oct 02. 2023

 오지랖탕(?) 사랑탕(!!!)

며칠 전 한국에서 돌아온 남편은 이번주 내내 시차적응하니라 고생 중이다.

잠자다 허전함에  눈을 떠보면  침대가 비어있기 일쑤였다. 어김없이 시차 적응 중이라 배가 고파서 새벽 3시쯤 깨는 거였다. 아침에 일어나 1층에 내려와 보면 설거지 통엔 새벽에 밥을 챙겨 먹은 흔적으로 빈 그릇이 놓여있기도 하다.



그날도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1시쯤에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갈비탕이 먹고 싶다고 해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전문으로 하는 한식당이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점심시간이지만 일요일 오후라 한가할 줄 알았는데 빈자리가 없었다.

가만히 보니 일하는 사람이 부족한 탓에 테이블들이 치워져 있지 않아서 앉을자리가 없었던 거였다.


작은 테이블이 없어서 우리는 여덟 명이 앉을 수 있는 큰 식탁자리의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가 자리를 잡고 앉은 후에 곧 뒤따라 들어온 부부는 주인이 잘 아는 단골손님인 듯  반갑게 인사했다.

식당 안을 둘러보더니 빈 테이블이 없으니 우리에게 자신들이 같은 테이블의  반대편 끝에 앉아도 되겠는지 물어보았고 우리는 흔쾌히 자리를 내주었다.


문제는 다음 손님이었다.

가족처럼 보이는 히스패닉계 손님이 7명이 함께 들어왔다. 주인은 분주히 오고 가는 상황에서도 웃으며 미안하다고 테이블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 손님들은 더 환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기다리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연달아 들어온 가족은" 저희는 6명이에요 " 라며 자리를 재촉하듯 얘기했다.


주인아주머니는 우리 테이블에 밑반찬을 세팅하시며 당황스러운 듯

"아이고... 저리 환하게 웃으며 기다리겠다 하면 어떡하누... " 하시며 곤란한 맘을 웃음으로 대신하셨다.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도 부족한듯해 보였고 홀에는 서버가 없어 겨우 주인아주머니 혼자 주문받으랴 세팅하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며 일을 하고 계셨다.

전화벨이 연신 울려댔지만 받을 수조차 없었고 그 뒤로도 손님이 들어오시면 미안하다고 지금은 주문을 받을 수없다고 얘기하며 오신 걸음을 그냥 돌려보내야 했다.


우리도 한참을 기다려 겨우 주문했던 갈비탕이 나와서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때쯤이었다.

우리 맞은편 테이블에서  어르신을 모시고 식사를 하고 있던 가족이 거의 식사가 끝났는지 며느리인지 딸인지 알 수없었지만

식사를 먼저 끝낸 아이들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부엌옆에 놓여있던 카트를 가져다가 테이블에 있는 빈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분주히 오가던 주인아주머니는' 어머 괜찮아요. 손님이.... 이를 어쩌지...' 하시며 말리시는 듯했지만 그녀는 아까부터 도와드리고 싶었다며 아무렇지 않은 듯 테이블의 빈그릇들을 치워 나갔다.


잠시 후에는  5.6학년쯤 되어 보이는 그녀의 딸이 식사를 다 마쳤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가 그릇을 치운 테이블을 닦기 시작했다.

식사하던 자리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더 어린 손녀를 보시며 식사를 하고 계셨고 아들인 듯 사위인 듯 한 분이 또 다른 아이를 안고 밥을 먹이며 식사를 하고 계셨다.


그렇게 식사를 서둘러 마친 모녀가 기분 좋게 테이블을 치우고 있으니 모두들 그 모습을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엔 신기함과  흐뭇함이 함께 담겨있는 듯했다.

그 와중에 부엌에선 주인아주머니의 투정 섞인 원망의 소리가 섞여 나왔다.

"뭐 하고 이제 왔어? 빨리 나와야지.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데.... 아참.... "

보아하니 그 와중에도 히스패닉계 직원들은 이런 상황에 아랑곳없이 4시간 근무 후에 법적으로  가져야 하는 휴식 시간을 가진듯했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그들에게 한국인의 이런 정서가 어떻게 보일까? 궁금했다.

누군 그러겠지?? 오지랖이라고....

그럼 좀 어때? 이렇게 여러 사람 행복하게 해주는 오지랖이라면 얼마든지 피워도 되지 않을까?

그 모녀를 바라보다 저 예쁜 모녀와 함께 온  부모님도 궁금해져 쳐다보게 되었다.

익숙한 듯 별일 아닌 듯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손주들을 챙기시며  식사를 마치신 후에도 인자한 모습으로 기다려 주셨다.

그 모습마저 보기 좋았다.


별일 아닌 듯 그릇을 정리하고 테이블을 치우는 모녀에게  말은 건네진 못 했지만 눈이 마주칠 때마다 연신 기분 좋은 미소를 보내주었다.

고맙고  자랑스럽고 멋지다는 말이 그 미소에 담겨 전해졌길 바라며......


맛있는 갈비탕에 기분 좋은 오지랖이 더해져 더 맛있는 사랑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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