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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Apr 03. 2024

밑바닥부터 다시 세워보는 나

절대적 평가자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날 바라볼 용기

어릴 적부터 칭찬이든 꾸중이든 나를 만드는 말들은 전부 부모님의 기준이 상당수 절대적이었다.

지난 편에서 우리는 부모님과의 정서적 물리적 거리를 두기로 선택했고 그것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면 이제부터 나를 어린 시절로 다시 돌려 나의 기준으로 나를 재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기준을 나로 가져와 새로운 정의를 하는 것에는 아주 커다란 용기와 시간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사랑했던 나는 얼마나 그들을 웃게 하고 싶었는지 그 뿌듯함과 보람을 위해 어설프지만 숱하게 노력했던 말과 행동은 어땠는지를 돌아보자.

우리는 여기서 반드시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각자 고유의 가치들이 있었다. 그저 부모님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아 꾸중을 듣거나 민망한 상황에 내몰렸을 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의도는 늘 선했었다.




처음에는 미소만 지어도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부모님이 어느 순간 사회적 기준과 맞물리기 시작하면서 내가 해내주길 바라던 것들이 있었다.

성적이나 예의, 규칙 같은 것이 그렇겠다. 그러면서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호된 호통부터 그저 싸늘하게 식은 표정만으로도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힘들지만 그런 사소한 기억들도 다 끄집어낼 필요가 있다. 왜 그렇게 부모님의 식은 얼굴을 다시 웃어 보이는 얼굴로 돌려주고 싶었는지를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히 내가 부모님에게 주는 사랑이었고, 그들의 마음을 본능적으로 애써 헤아리던 공감이었으며 내가 한 노력들은 배려와 헌신이었다.

상처받고 속상했던 시간을 견뎌냈던 그 순간, 내가 발휘한 힘에 대해 어른으로 자란 내가 다시 나의 가치들을 짚어내는 것이다.



성적 상위 1프로의 부모님이 아니라 정서 상위 1프로의 부모님이 계신 경우, 실제로 이를 인정받고 수용받으며 자란 경우도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워하는 케이스다.

그러나 나의 환경 역시 상위 1프로는 아니었기에 실제로 나를 냉혹하게 평가하던 어른들과의 관계 경험으로는 이런 자아 재정립이 힘들 수도 있다. 그러면 주위에서 찾아보아도 좋다. 아마 떠올리기 좋게 미디어에서 자주 접하는 오은영박사님이나 조선미박사님과 같은 성숙한 정서를 가진 어른의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그저 그분들의 이미지만이라도 내 머릿속으로 가져와 그 시절의 나를 바라보는 눈을 달리 해보는 것이다.


특히나 이미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가 되어있는 경우, 오은영 박사님이나 조선미 박사님의 말이 어른이 된 나를 비판하는 것 같아 날카롭고 아프게 들리는 경우가 많다. 필자 역시 한 때는 전문가들이 어른들을 향해해주는 진심 어린 조언이나 강의내용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기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일단 내가 부모라는 책임감과 불안들을 내려놓은 채, 내가 먼저 아이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비난과 평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내면아이를 키우지 못했는데 어떻게 다른 미숙한 존재를 편안하게 대할 수 있으며, 진심 어린 조언을 지적과 구분할 수 있을까? 이는 몸만 어른이 되었던 나의 불안을 혹독하게 채찍질하는 것에 불과했었다.


독립을 얘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작금의 시대는 물리적 독립이 불가능한 요소가 많다. 집값부터 시작해서 육아를 위한 시간확보가 불가능한 경우 등이 그렇다. 그런 경우는 그저 내 상황은 상황대로 두고 내 정서 먼저 독립을 위해 노력해 보는 것 역시 충분한 성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쉽지는 않지만 오히려 물질적으로 의지하는 시간 동안에 생기는 나만의 여유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다. 필자 역시 아이를 키우기 전에 이런 시간을 진지하고 깊이 있게 가져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시간은 어쩌면 각자의 인생마다 찾아오는 기회의 시간이 다르기에 그게 언제라도 관계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그저 지금부터라도 그저 내 시간을 확보한 뒤, 내가 가졌던 힘에 대해 되짚어보면 된다.


여기에서 필자가 꼭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다. 상당시간 양육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헤매다가 결국 내 마음을 먼저 재정립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서점을 찾았던 그 순간 기적처럼 눈에 들어왔던 책, [마인드제로]다. (시소출판사, 박현순작가)

아직 물리적 독립이 불가능했던, 이제 막 청소년 딱지를 뗐던 그 삶의 시점에서부터 나를 짚어보며 나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이 책을 만나고부터 드디어 어른이 되지 못한 스스로를 조금씩 알아채고 키워갈 수 있었다. 나의 내면을 진정한 성인으로 만들어준 책이었다.


누구나 삶이 고단하고 고독했으며 고립감이 느껴졌던 순간들이 있다. 누구에게나 고된 삶이지만 각자가 그 고통의 순간들을 이겨내기 위해 발휘했던 힘은 또 조금씩 다르다. 우리는 그 모든 고뇌의 순간 속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고유한 힘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지금 지친 삶을 잠시나마 지우고 위로를 얻기 위해 이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은 당신만의 고유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기를 바라며, 다음 글에서부터 더 자세하게 그 순간들을 찾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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