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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부동산에 사기도 당했다면서, 지산 투자까지?

by 위드웬디

"지산 투자로 7억 이상을 날렸다고? 지금 대출이 몇십억?!

기획부동산에 사기당한 적도 있잖아?"


그렇죠.

제가 기획부동산에서 야금야금 공유지분 땅을 사느라 1억 원 가까이 갖다 바쳤던 사람이에요.

그러고도 지식산업센터에 투자를 해서 아예 7억 원 이상을 공중분해시키고, 매달 수백만 원의 대출 이자를 갚고 있어요.


이렇게 점점 더 엄청난 실패를 거듭한 이유는 다름 아닌

실패를 만회하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중간에 아파트 몇 채를 사고팔면서 수익을 냈던 것도 이유가 되었어요.

기대했던 것보다 수익이 적을 때에도, 이 또한 아쉽다면서 더 큰 수익 바라며 욕심을 키웠거든요.


진짜 성공은 내가 직접 실력을 쌓아가며 차근차근 오랫동안 이루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랬어요.

앞의 실패를 만회하고 싶으니까.



- 2017년 -

A 엄마 : "oo 엄마, 천만 원으로 땅 살 수 있는 거 알아요? 내 친구가 여기 팀장님 소개로 땅을 샀는데, 엄청 벌었대.

거기가 지제역이 됐잖아. 그걸로 이번에 잠원 한신 샀대."


B 엄마 : "어머, 나도 좀 데리고 가 주세요. 내가 올해 사주에 투자 운이 좋다고 하더라고."


A 엄마 : "우리 엄마가 땅 좀 보실 수 있는 거 알죠? 내가 엄마도 모시고 와 보았는데, 저기 저기에 이거 저거 들어오면 여기 땅이 그렇게 좋아질 거래요."


부동산 팀장님 : "토지 거래 신고된 금액보다 좀 비싸죠?

원래 한 필지씩 사면 뭉칫돈이 들어가지만, 이렇게 공유 지분으로 사면 적은 돈으로도 지주가 될 수 있어서 더 비싸게 살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거 우리 딸 사주려고 30평 남겨놓은 건데, **씨 소개로 왔다고 하니까 반만 넘겨줄게요."


웬디 : "저도... 5평 살게요.. 끼워주셔서 감사합니다."


.....


부동산 팀장님 : "oo 씨~ 이번에 시흥에도 정말 좋은 땅이 나왔거든.

앞에 아파트 단지 들어와서, 지주가 안 팔려고 그렇게 애썼던 땅인데, 자식이 사업을 해서 급전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겨우 나온 땅이야. 여윳돈 있으면 쪼개지 말고 아예 한 필지 사요. 이건 공유지분 하기도 아까워."


B 엄마 : "나 이번에 보험 약관 대출도 받았어요. 요즘 코인이다 뭐다, 사람들이 위험한 투자 많이 하던데, 결국 남는 건 땅이잖아요."


A 엄마 : "oo 엄마는 이번에 안 들어가요? 아깝다. 나는 먼저 연락 와서 등기도 쳤거든요. ( 등기부등본에 자기 이름 들어가 있는 것을 보여준다)"


웬디 : "지난번에 적금 들었던 것 다 써서 여윳돈이 없어서요.. 나도 보험 해지 알아봐야겠다. 안 그래도 보험 때문에 애들 아빠랑 다퉜는데, 이번에 해지해야겠어요."


.....


2021년 부동산 경매를 배우면서 공유지분 땅 팔기 어렵기 때문에 원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해진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제야 사기를 당했다고 깨달았고요.


부랴부랴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처음에 소개를 한 A 엄마는 지분을 이미 매도한 후였어요.


Grok으로 제작한 이미지


빨리 돈을 벌고 싶다는 조급함,

투자로 약간 벌어봤다는 자만심,

성공한 사람이 했던 방법을 따라 하면 나도 수익을 낼 수 있겠다는 허상에 빠짐,

성공한 사람이 소개하는 물건은 다 좋을 거라는 어리석은 믿음,

내가 투자하는 정도는 큰돈이 아니니까 잘되지 않아도 타격이 크지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


기획부동산에 속아 땅을 살 때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식산업센터에 투자할 때 마음 상태가 아주 똑같았어요.


투자금을 모을 때에는 그토록 힘들었는데,

10억에 가까운 돈을 날릴 때의 마음은 이렇게 똑같았어요.

'이번에는 달라. 난 분명히 잘하고 있어.' 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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