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성 부동산 투자로 8억 이상을 날리고 39억 대출이 생겼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지금껏 무사히 잘 살아내고 있습니다.
월세를 받아도 매달 메꾸어야 하는 대출 이자가 800만 원이 넘습니다. 그동안 저금리로 받았던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이번에 고금리 대출을 받으면서 갚아야 하는 대출 이자가 늘어났습니다.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상황이 호전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이자를 내기 위해 대출을 또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올 줄은 몰랐습니다.
금리는 아주 조금씩 낮아졌지만, 경기 침체로 공실과 임대료 하락을 맞으며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이자는 더욱 늘어났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도 치솟아 예전과 같은 소비 패턴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옷을 산 게 2년도 넘었습니다.
그나마 예전에 사두었던 게 있어서, 아직까지는 모임에 나갈 때 걱정이 될 정도는 아닙니다. 세월이 흔적을 남겨서 색이 바래고, 실밥이 눈에 띄게 뜯어져 있으면 정리하면서 아까울 뿐입니다.
가난을 실감하자고 하면 끝도 없습니다.
예전에도 그렇게 풍족한 정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하면서 목이 메고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그러나 이내 머리를 붕붕 흔듭니다.
이만한 게 어디냐 합니다.
진작에 모든 재산 다 경매로 넘어가고 신용불량자가 되고도 남았을 만한 무지성 투자를 저질러 놓고,
아직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냐 합니다.
고기 대신 냉동 떡갈비를 사면서도 감사합니다.
아이 문제집을 사느라고 마이너스 통장 잔고가 늘어나도, 은행 거래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어린이날에 양가 부모님께 받은 용돈을 어버이날에 부모님 용돈으로 그대로 다시 드리더라도, 아직은 경조사를 챙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가난을 실감하기보다는,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자체에 감사를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어쩌면, 일 분 일 초의 존재와 소비 가능 자체를 만끽할 수 있는
가난에까지도 감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혼자 잘난 맛에 살았던 42년보다,
이렇게라도 살 수 있게 해 주는 모든 이들과 하늘에 감사한 최근 2년이
마음으로는 훨씬 더 부자였습니다.
소비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을 만끽하는 당신 또한 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