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자신감 결여는 정신병이다"
한때 '가난은 정신병이다'라는 투자 강의 광고 문구가 유행을 해서 제목을 따라 해 봤습니다.
저런 멘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사람이 소시오패스라고 단언하면서도 후킹 기술을 따라 하는 저도 참 우스운 사람이에요.
'나라고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라는 오기도 있었습니다.
소시오패스들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마케팅을 하더라도, 나는 그 방법만 차용해서 용기를 불어넣어 보자는 시도입니다.
우리는 겸손이 미덕이라서 "내가 뭐라고 그걸 해낼 수 있겠어."라고 말하곤 합니다.
못한다고 말한 후에, 오히려 멋들어지게 해내는 걸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데 정작 주변에서 실력을 쭉쭉 올리고 자신의 몸값을 쭉쭉 올리는 사람들은 겸손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입니다.
그만한 역량이 되지 않음이 뻔한데도 일단 할 수 있다고 하고는, 어떻게든 비슷하게라도 해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결국 이루어냅니다.
15년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참 얄미운 선배가 있었습니다.
어린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도 미혼인 동료들만큼 업무에 시간을 많이 쓰는 분이었어요.
후배 양성을 위한 프리셉터를 맡고 있으면서도 정작 좋은 기회가 있으면 후배보다 자신이 먼저 나서는 등, 결코 곱게 보이지 않았지요.
그분에게는 '나는 아이의 엄마인데 내가 그걸 어떻게 해', '명색이 프리셉터인데 후배를 키우는 훌륭한 모습을 보여야지'라는 스스로의 제약이 없었던 거예요.
누구나 보는 눈은 모두 비슷해서, 직장 안에서는 딱히 승승장구하지 못했으나 미국의 바라던 학교로 유학 가는 기회를 얻은 것 같았어요. 제가 퇴직하던 즈음이라 이후 자세한 정황은 모르지만.
본받을 만한 사례는 아니지만, 당시 겸손이 너무나 지나쳐서 자기 비하 수준이었던 저에게는 기억에 새겨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곰곰이 돌아보니, '웬디 선생은 이만한 역량이 있는데도 왜 그 기회에 지원도 하지 않았어?"라고 말씀하셨던 분도 계시고요.
스스로 능력에 한계선을 그었던 거예요,
'나는 칼퇴하고 집에 가서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엄마라서 야근하면서까지 그 일을 할 수 없어.'
'나는 강의 경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대단한 분들이 있는 자리에서 발표를 할 수 없어.'
'나는 석사 학위가 없어서 그 일에 지원할 요건도 맞지 않아.'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릴 때 상상했던 우리와는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아요.
사람 앞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거죠.
내 능력이 얼만큼인지는 해 봐야 알 수 있고요.
시도조차 하지 않고 '내가 뭐라고 그걸 할 수 있겠어'라고 말할 수 없어요.
심지어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 질환이 있으면 어때요!
모차르트, 베토벤, 반 고흐 모두 평범하지 않은 정신세계를 가졌던 분들인데요.
글의 처음에 "책임감 회피를 위한 자신감 결여는 정신병이다"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썼지만, 바로 어제까지 그렇게 살았으면 또 어때요.
지금부터 그렇게 살지 않으면 되지요.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만 아니라면,
'내가 뭐라고'라면서 하지 못할 일은 없어요.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충분히 할 수 있게 만들어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