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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엄마가 된다면 이건 꼭 지켜야지

by 위드웬디

저희 아들이 장가를 가고, 새아가를 맞이한다면 이것 하나는 꼭 지킬 거예요.


아들 칭찬을 너무 많이 하지 않기.


하나도 어렵지 않으니까 잊지 않고 꼭 지킬 거예요.


내 아들의 훌륭한 면을 며느리가 잘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겠지만, 자칫 아들 가정에 불화를 만들 수 있거든요.


과한 칭찬은 받는 사람에게도 부담을 줄 수 있고, 칭찬받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열등감과 소외감을 줄 수 있어요.




결혼 후 10년 넘게 거의 매주 주말마다 시댁에 갔어요.

시어머니께 '이토록 훌륭한 내 아들과 결혼했음을 지극히 감사하게 생각하거라.'를 반복해서 었고요.

처음에는 좋았지요. 내 신랑이 어릴 때부터 멋진 사람이었다는 게.

그러다 결혼 생활 중 하나둘씩 불만이 생기고, 어머님의 칭찬과 제 삶에 괴리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엄마께 그토록 효자인 아들이, 나한테는 왜 이러지?'


신랑이 어머님께와는 다르게, 나에게만 부로 대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보통 아내들이라면 '어머님께 그토록 잘하는 사람이 나에게는 왜 이러시느냐.' 하겠지만, 변리사 시험을 포기하고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에서 결혼을 했던 터라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부터 돌아보았어요.


자존감이 낮아진 이유를 남편과 시어머님 탓으로만 돌리는 건 아니지만, 매주 시댁에 방문하면서 하나둘씩 상처를 쌓지 않았다면 참 좋았겠다 싶어요.




자존감이 한껏 낮아진 며느리가, 바로 귀한 손주를 기르는 엄마잖아요.


시댁에 다녀갈 때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는 며느리라면, 집에 가서 아들과 함께 화목하게 지내기 어렵겠지요.


게다가 아들이 아주 뛰어난 성과를 보이지 않기라도 하면 며느리는 굉장히 실망하게 됩니다.

'이렇게나 훌륭하신 내 남편'이라고 자신도 모르게 남편에 대한 기대가 심어졌기 때문에, 기대에 조금만 미치지 못해도 속이 상하거든요.


자존감이 낮아진 데다 실망과 분노가 지속적으로 쌓이면, 귀한 내 손주를 키우는 며느리가 극심한 우울증에 빠질 수 있습니다.

당연히 내 아들의 가정생활이 불행해지고요.


말 잘 듣고 순종적인 사람에게 이 현상이 심니,

제가 만일 이렇게 고운 친구를 며느리로 맞이하게 된다면 이렇게 더욱 마움만 표현하려고요.


못난 구석 많은 우리 아들과 결혼해 주어서 고마워.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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