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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어머님과 결혼한 건 아니니까

by 위드웬디

시어머님께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며느리라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르다기보다는, 둘이 정말 맞지 않는 성격이에요.


어머님은 근사하게 요리해서 한 상 그득 차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먹기를 좋아하시고,

저는 료 손질부터 시작하는 리를 너무나 힘들어하고 간단히 먹기를 선호합니다.


어머님은 미적 감각이 좋으셔서 집을 아름답게 꾸미고 철마다 분위기를 바꾸기도 하시며, 옷도 멋스럽게 잘 입으십니다.

저는 집의 구조는 각 기능을 다하는 게 가장 좋은 거라는 주의라서 한 번 자리 잡으면 이사 가기 전까지 바꾸지 않습니다. 옷도 대부분 해외직구 사업을 하는 사촌동생이 권해준 것들이고요.


어머님은 본인의 업적을 드러내기 좋아하시고,

저는 따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제가 한 일에 살을 붙여서 꺼내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비유를 한다면 시어머님은 경영 수완이 뛰어난 미술관장님이고, 저는 집 센 초보 작가라고 할 수 있어요.


시어머님께 이쁨 받겠다는 생각부터가 잘못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본처와 첩의 관계와 같다는 말을 들었어요.

사랑하는 아들이 젊은 여자를 사랑해서 결혼을 하면 그 정도로 크게 상실감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출처: 영화 <후궁>


극단적인 표현이겠지만,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첩이 본처에게 이쁨 받겠다고 생각하면 안 되죠.

그저 수그리고 본처의 비위를 상하지 않게 하면서, 가능한 마주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하물며 저와 시어머님처럼 성격조차 맞지 않는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며느리는 남편과 결혼한 것이지, 시어머니와 결혼한 게 아님을 명심해야 해요.




시어머님과 관련한 일로 남편과 참 많이 다투었습니다.


시어머님의 성격을 빼닮은 남편의 모습도 참 많이 원망했어요.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냐면서.


본처와 첩의 관계를 생각했다면 그렇게까지 서운해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었습니다.

세대가 다른 어르신께 지금 젊은이들의 감성을 기대하지 않았으면 될 일들이었습니다.


평생 함께 살 사람인 남편과 내 아이들에 집중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본처가 첩을 바라보는 시선을 굳이 시어머니께 찾아내어서, 나와 내 가족을 멍들게 하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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