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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행한데, 너는 왜 행복해해?

by 위드웬디

저희 신랑은 음이 고운 데에 비해, 말을 곱지 않게 하는 편입니다.

이걸 알아채는 데에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저는 밖으로 꺼내는 말에는 치장을 해서

어떻게든 속마음보다 거칠지 않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으니까요.


'말이 곱지 않으니, 그 안에 들어있는 마음은 얼마나 더 독할까'하며 지레 짐작하고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부동산 투자로 큰 실패를 한 뒤 끝없는 우울에 빠졌었습니다.

그 후 글쓰기와 산책 등으로 마음을 다스서 겨우 웃음을 찾았을 때였어요.


나는 불행한데, 너는 왜 행복해해?


아마 제 우울로 인해 마음고생을 많이 한 신랑도 가벼운 우울 증상이 있지 않았나 해요. 힘들게 일구어 온 재산이 거의 다 날아갔다는 허탈감은 더할 나위 없었을 테고요.


생각 없이 내뱉은 신랑의 말은 자책과 깊은 우울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아니, 씨앗은 저에게 있었을 테니 우울의 씨앗이 자라게 하는 필수영양분이 더 맞는 말이겠지요.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이러는 건데, 내가 혼자 행복해하는 게 남편에게는 불행이 되나?'

'투자 실패를 하고 가족을 어려움에 빠뜨렸으니, 나는 죽을 때까지 괴로워하며 죄인처럼 죽은 듯이 살아야 하는 건가? 설마 남편이 그걸 바라는 건가?'


아무리 짙은 어둠 한가운데에 있어도, 작은 불빛 하나만 있으면 희망을 가지고 웃을 수 있다는 제 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듯했습니다.


생각 없이 던진 한 마디에 제 삶을 함께 묶어서 던져버리려고 했습니다.




말을 내뱉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듣는 상대방을 고려해서 하는 대화가 아닌, 생각의 필터를 거치지 않은 거친 말을 쓰레기 버리듯이 꺼내기도 합니다.


어쩌면 특정 사람들만 그런 게 아닐 수도요.

가까운 사람끼리 감정이 격해졌을 때, 뇌를 거치지 않은 말이 입에서 발사될 때가 있지요.

필터를 거치지 않은 말은 진심을 담지 않았음을 인지하는 게 좋습니다.

듣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거든요.


'아, 이건 뇌를 거치지 않은 말 덩어리구나. 기억에 갖고 있을 가치가 없' 하며 기억의 소각장으로 보내버려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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