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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산업센터 투자 실패로 인한 극단적 선택 -1

by 위드웬디

지난봄, 지식산업센터 투자로 인한 피해 사례가 신문 기사에 났습니다.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뉴스가 하도 많다 보니, '작년 한 해 투자 실패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소식이 유난스럽게 다루어지지도 않았습니다.

2024년 봄에는 가산 디지털단지의 초대형 지식산업센터들의 잔금 일정이 있었습니다.

가장 주목받았던 두 곳의 연면적 합이 12만 평이었으니, 그 공간을 모두 사용하기 해서는 수천 곳 이상의 신규 업체 입주 또는 기존 업체 확장이 있어야 했던 거예요.


경기 침체에 따라 신규 업체는커녕, 기존 업체도 규모를 줄이던 시기여서 한꺼번에 엄청난 공실이 발생하고 인근 지역 지산의 매매가와 임대료까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습니다.


업체들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 가산동의 사정이 이러하니, 다른 지역의 지산은 훨씬 더 심각한 상황에 놓였고요.


2020~2021년 느지막이 지산 투자에 발을 담근 투자자들은 노련한 투기꾼들이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시 폭등한 집값에 허탈해하고, 어떻게든 돈을 벌기 위해 부동산 투자를 막 공부하기 시작한 투자 꿈나무들이 대부분이었을 거예요.

저금리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매수를 해서 IT 사업을 하든 임대를 놓아서 월세를 받든 대출 이자보다 버는 돈이 많던 시기였으니까요.


오히려 투자에 능한 사람들은 먼저 재미를 보고 털고 나가는 시기였고요.

오랜 투자 경험으로, 수익형 부동산의 매매가가 급등하면 수익률이 낮아져서 대출 금리에 취약해짐을 너무나 잘 알았던 거죠.


무엇이라도 '실행'하는 게 가만히 있는 것보다 열심히 사는 거라고 믿었던 투자 초보자들 상당수가

수십 년만의 대출 금리 급등과 경기 침체에 견디지 못하고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스스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책과 깊은 우울에 빠져 몇 차례 세상을 하직하려는 시도를 했어요.

다행히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는 운과 가족의 헌신 덕분에 지금껏 감사히 살고 있습니다.


'투자 실패로 인한 극단적 선택'의 통계에서 1명이 빠졌지요.

통계에서는 단순한 '-1'이지만 저 자신에게는 세상이 유지되느냐 사라지느냐의 엄청난 사건입니다.



'그만큼 큰 손실을 보았으면 한강 가야지'라고 가볍게 말하는 풍속이 참 안타깝습니다.


당연히 가볍게 하는 농담임을 알아요. 허나 사람의 목숨을 몇 억 원보다도 가치가 덜하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겠지요.


'실패하면 죽어버리겠다'는 생각은 결연한 각오가 아니에요.

그저 실패 후 게 될 힘든 삶에서 도망치겠다는 책임 회피일 뿐이에요.


저도 '내가 모든 대출 다 안고 세상을 떠야지.'라고 생각했던 것도 가족을 대출에서 해방시키는 게 아닌, 얄팍한 책임 회피였고요.


게다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면 문제는 더욱 지하로 파고들 수밖에 없어요.

해결할 의지가 없으니 나아질 가능성은 0입니다.

지하 1층에서 끝낼 수도 있는 문제를 지하 3층, 4층까지 끌어내리는 생각이에요.


혹시 '내 인생은 실패다'라고 단정 지은 분이 있다면 꼭 기억하세요.


0에서 출발해서 100층까지 가야만 성공이 아니에요.

0에서 출발해서 지하 50층까지 갔어도,
방향을 바꾸어서 다시 0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그야말로 근사한 성공이에요.


지하로 내려와 본 적 없는 100층의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근사한 서사를 가진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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