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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까지 죄인이어야 하나

by 위드웬디

7월은 잔인한 달입니다.


재산세와 부가세를 내는 달입니다.

가지고 있다고 해도 수익은커녕 대출이자가 더 커서 소득세를 환급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단지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는 달입니다.


부가세는 소비자가 내는 세금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제 지출이 아닙니다. 제가 받아서 대신 내는 세금이지요.


그러나 대출 이자가 월세를 훨씬 웃도는 지금,

부가세 포함 임대료를 받아도 대출 이자보다 적은 지금,

부가세는 그저 내가 내는 세금일 뿐입니다.


7월 재산세에 이어 9월 재산세, 10월 교통유발부담금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법인이 가지고 있던 주택을 모두 팔았기 때문에 12월 종부세는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지식산업센터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저희 집에서 내야 하는 재산세는 1년에 5백만 원 이상입니다.


지식산업센터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저희 집에서 감당해야 하는 대출 이자가,

월세를 웃도는 대출 이자가 매달 300만 원가량입니다.


저는 한 달 내내 일한 급여를 지식산업센터 매수 계약을 했던 어리석음을 속죄하는 대가로 치릅니다.


'너의 가치는 네가 버는 돈만큼이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의 논리에 따르면,

제 가치는 2021년, 2022년에 지산을 매수한 어리석음을 속죄하는 만큼입니다.



저는 언제까지 죄인이어야 할까요?

아이들에게 내가 직접 밥을 차려주고도 학원비를 내고 싶다는 작은 욕심에 대한 죗값을 언제까지 치러야 할까요?


누군가는 '세금 고지서를 수표로 보았다'라고 생각의 전환을 한 후로 사업에서 큰 성공을 했다는데,

저는 언제쯤 세금 고지서가 삶의 원동력이 될까요?

언제쯤 세금 고지서가 벌금 고지서로 보이지 않게 될까요?




대출 이자를 제하고 나면, 저도 대한민국 차상위 계층입니다.

아니, 기초수급자 수준의 실질 소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슬그머니 기초수급자 요건을 알아보니, '소득인정액'이라는 칼날이 있더군요.

나는 이 사무실에서 버는 돈이 하나도 없는데, 나는 이 사무실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엄청난 대출이자를 감당하고 사는데,


안 된대요.


명의가 내 앞으로 되어 있으면, 빚 구덩이에서 살고 있어도 저는 자산가로 분류된답니다.

세금을 내기 위해 사잇돌 대출을 받더라도, 명의자이기 때문에 저는 나라에서 주는 혜택을 하나도 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차 키를 휙휙 돌리는 사람은 그 많은 재산이 자신 앞으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의료보호' 처방전을 밀 수 있지만요.




모두 어리석음의 결과입니다.

아무리 고통 속에 살더라도 '명의'가 제 앞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고통입니다.


저는 언제까지 벌금과 같은 세금을 내야 하는

죄인이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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