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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숙경 Nov 17. 2023

사랑 아닌 것들 모두 잊었다

우포의 달

  우포의 달


                   -박숙경



  종일 낯빛이 수상했지요

  억센 손아귀에 붙들려

  못 빠져나오는 줄 알았지만요

  걸어도 걸어도 막막 뿐인

  물빛 하늘빛 맞닿은 곳으로 달려갔지요

  하루의 고단을 부려놓아도 좋을

  어두운 길을 한참이나 걸었어

  순간, 붉어진 그대 얼굴 빠꼼히 내미는데

  별들의 손목까지 끌고 나왔는데

  숨 멎는 줄 알았네요

  억새와 갈대 사이

  침묵과 말줄임표 사이

  고요와 적막의 그 사이를 뚫고

  밤안개의 물밑 작업은 시작되고

  더 말개진 그대를 내가 껴안는 건지

  발목 빠진 나를 그대가 껴안아주는 건지는 중요하지가 않았어요

  먹구름 한 발짝 물러선 하늘

  기러기 떼 지어 미루나무 정수리에 걸린

  달빛을 물어나르네요

  뚝방길, 은근한 그대 팔짱 끼고

  억새가 풀어내는 억만 년 전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요

  밤 이즈막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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