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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숙경 Nov 22. 2023

사랑 아닌 것들 모두 잊었다

따뜻한 꿈


따뜻한 꿈  -경주에서


                     -박숙경



첨성대 옆 더 붉어진 꽃무릇의 이마가

천천히 식어가는 밤입니다


천년의 뿌리를 뒤적이다 뒤척입니다


낡은 고집불통을 불사르면 말랑해질까요


잘라낼 굳은살이 많다는 건

벗겨낼 비밀이 많다는 거

웅크렸던 역사가 내려앉은 입술은

언제나 뜨겁다는 거


치마폭에 싼 연꽃무늬 기와와

판독 불가능의 목간을 왼손으로 움켜잡고

아버지의 갈비뼈를 오른손으로 쓰다듬다가

심장을 짓누르던 가위를 간신히 벗어나면

울음이 터집니다


아버지를 꿈꾼 날엔

에밀레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발효된 신라를 생각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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