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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숙경 Nov 24. 2023

사랑 아닌 것들 모두 잊었다

노을전시관

노을전시관*


                       -박숙경



저기, 박제된 노을 옆에

한 오백 년쯤 갇히고 싶었네


꽁꽁 싸매둔 시간을 풀어

팽팽한 수평의 끈을 놓아보고 싶었네


이미 먼 곳의 한 사람을 생각하며

아득해져도 저물지 않는 하루였으면 했네


그 밤엔 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천 년의 빛이나 꿈꾸었으면 했네


누구 하나 사라져도 표시 나지 않는 세상쯤은

잊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네


노을이라는 뜨거운 말을 생각하며

먼지처럼 안개처럼 흩어져도 좋겠네


칠산 앞바다는 온통 바람의 독백뿐이었네




* 전남 영광군 백수해안도로에 위치한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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