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령
-박숙경
솔직히 말하자면
트로트보단 발라드였다
처음엔 지명地名에 이끌렸고
가을비 촉촉한 아침
까치소리에 묻어 올라온 쓸쓸함이 그 다음의 이유라면 이해가 될까?
구름이 자고 가면 얼마?
바람이 쉬어 가면 얼마?
굽이마다의 사연에는 얼마큼의 한이 서려있는 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쇠죽 끓이다가 라디오에서 섬마을 선생님이나 찔레꽃이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부지깽이 장단을 맞추게 하던 트로트보다는 발라드가 좋았다
어쩌다가,
목이 매여 우는 기차의 사연이 궁금했고
다시 말하자면
싸늘한 철길을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굽이굽이 돌아가는 무궁화호의 사무친 아쉬움은 어떤 것이며 눈가에 어린 눈물이 두 뺨에 흘러내려 흐려지는 뒷모습이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다만, 가수의 이름과 얼굴은 가물거려도 중저음의 그 목소리가 기적汽笛처럼, 아련해지는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