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전시관
-박숙경
저기, 박제된 노을 옆에
한 오백 년쯤 갇히고 싶었네
꽁꽁 싸매둔 시간을 풀어
팽팽한 수평의 끈을 놓아보고 싶었네
이미 먼 곳의 한 사람을 생각하며
아득해져도 저물지 않는 하루였으면 했네
그 밤엔 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천 년의 빛이나 꿈꾸었으면 했네
누구 하나 사라져도 표시 나지 않는 세상쯤은
잊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네
노을이라는 뜨거운 말을 생각하며
먼지처럼 안개처럼 흩어져도 좋겠네
칠산 앞바다는 온통 바람의 독백뿐이었네
* 전남 영광군 백수해안도로에 위치한 전시관